부산 서면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최근 모든 메뉴를 500원씩 올려 짜장면을 6500원에 팔고 있다. 밀가루 반죽 가격(20㎏ 기준)이 지난해 2만 원 초반에서 지금은 3만 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김 씨는 “밀가루는 물론 채소 양념 등 모든 식자재가 30% 이상 뛰었다”며 “500원 올려도 손실 충당은 안 되지만 손님들이 싫어해 더 올릴 수도 없다. 임대료 인건비 물가 급등에 정말 죽을 맛”이라고 털어놨다. 연제구에서 중국집을 하는 정모 씨는 “5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밀가루 값이 단시간에 이렇게 오른 적이 없다. 지난 2월 전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지만 역부족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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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 밀의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t(톤)당 400달러 선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일 서울의 한 식당 앞에 놓인 밀가루. 연합뉴스 |
전국 물가가 외식 분야를 중심으로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해상운임 상승 여파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국내 식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짜장면·냉면·칼국수 등 외식 품목 상당수가 사실상의 ‘필수 품목’이어서 서민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밀(밀과 메슬린·코드번호 1001 기준) 수입량과 수입액은 각각 42만9000t과 1억7245만 달러로 집계됐다. t당 402달러로 2008년 12월(406달러)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다.
문제는 밀 가격의 급등세가 서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식품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의 냉면(9857원) 짜장면(5714원) 칼국수(6429원) 평균 가격은 1년 전(8714원, 5071원, 5929원)보다 각각 13.1%와 12.7%, 8.4% 급등했다.
부산진구에서 분식집을 하는 최모 씨는 “칼국수 6000원도 비싸다는 손님이 많아 가격을 못 올린다. 가게를 접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제분업체 한탑에 따르면 원맥 가격은 지난 1월 대비 25~30% 올랐다. 하상경 대표는 “기후 변화로 작황이 좋지 않고 전쟁에 따른 수급 불안, 해상운임비 급등 등이 밀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지역의 칼국수 평균 가격(8113원)도 역대 처음으로 8000원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1만 원대 칼국수 등장’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2분기 곡물(식용 기준) 수입단가가 전 분기보다 10.4%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