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남천동은 ‘빵천동’으로 불립니다. 동네 빵집부터 프렌차이즈까지 톡특한 개성을 지난 빵집 30여 곳이 상권을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빵천동이 울상입니다. 세계 밀 수출량의 3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면서 밀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뉴스레터 ‘뭐라노’가 빵천동의 눈물을 취재했습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일명 ‘빵천동’ 가게 내부. 이세영 PD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가격은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주요 곡물 가격을 보면 밀은 지난해 3월 톤당 234달러(약 28만 원)에서 올해 3월 7일 475달러(약 58만 원)로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밀가루 가격 변화도 큰데요. 곰표 밀가루 1㎏의 전국 평균 가격은 1475원으로 1년 전 1316원과 비교해 12.08%(159원) 상승했습니다. 라면을 포함해 밀가루가 원료인 식료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올랐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남천동의 한 빵집. 잡곡식빵이 두 달전 4200원에서 현재 4500원으로 7.1% 상승했습니다. 크림팥빵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6.6% 인상됐습니다.

[김효근 시엘로 과자점 대표] “지금 현재로서는 빵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들이 물을 제외하고 모든 재료들이 다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제품 몇 가지는 두 번, 세 번 오른 제품도 있고요. 모든 재료들의 가격이 상승되다 보니까 등 떠밀리듯이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오상도 스위스제과점 대표] “원자재가 거의 한 20% 이상 오른 상태입니다. 밀가루를 중심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다 물가가 올랐습니다. 빵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아마 소비자께서도 부담을 좀 느끼고 빵 소비가 좀 줄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빵집 사장님들은 원가 상승으로 빵값은 오른 반면 소비는 줄어 들었다고 한숨을 쉽니다. 고객들도 빵값 상승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허재훈 시민] “평소에 빵을 좋아해서 자주 사곤 하는데 요즘은 100원~200원 선으로 좀 더 오른 것 같아서 빵을 사먹는 소비자 입장에선 빵 가게를 왔을 때 가격이 오른 것만 보고 가격을 보고 조금 흠칫 놀랍니다.”

전문가들은 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신욱 부산외국어대 아세안연구원 교수] “우크라이나는 주요한 밀 생산국이고 많은 자원들을 가지고 있는 자원 부국 중에 하나입니다. (전쟁으로) 밀 수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물가가 상당히 뛰고 있다, 밥상 물가가 뛰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김지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팀장] “밀가루의 원재료가 되는 게 밀이잖아요. 전 세계 수출량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랑 러시아 쪽에서 밀 수출이 안 되다 보니까 가격이 급등한 원인이 있고요.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는 내부 수출 제반 시설도 파괴가 된 부분이 일부 있을 테고. 그게 파악이 정확히 안 된 상태고 그게 회복이 돼야지 수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건 거죠. 러시아 같은 경우는 내부 시설 파괴나 그런 건 없겠지만 일단 서방 제재가 언제 풀리는지 영향도 있을 테고. 근데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평년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진 않을 것 같고….“

빵천동의 빵가격. 잡곡식빵이 두 달전 4200원에서 현재 4500원으로 7.1% 올랐다. 이세영 PD

휘발유를 비롯해 생활 물가도 급등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1600원대였던 휘발유 판매 가격이 3월 2000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kg에 1만1200원이던 연어는 현재 2만3100원에 거래됩니다. 킹크랩은 5만7200원에서 6만5900원으로 올랐습니다.생활물가지수 역시 지난해 102에서 올해 106.32로 4.1% 올랐습니다.

[이신욱 부산외국어대 교수] “지금 코로나 정국에서 이제 벗어나서 어떻게든 세계 경제가 움직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졌거든요. 그런데 자원 수급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될 것 같고, 서민들 생활은 굉장히 어려워지지 않을까라고 저도 생각이 돼요.”

국내 소비자 물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라노’였습니다. 이세영 PD lsy20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