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시설·차량 분리입장 안 굽혀
- 추진단 무리한 감사 헛발질까지
- 법제처 유권해석에 신뢰도 추락
- 올초 착공 예정됐지만 일정 차질
- 지역사회 “책임 명확하게 가려야”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 구역 내에 추진 중인 노면전차(트램) 건설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30일 법제처가 ‘트램기반시설에 철도차량이 포함되는 것’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이날 “항만재개발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기반시설에서 ‘철도차량’을 제외하려는 경우에는 이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으나 철도를 기반시설로 설치하는 계획을 포함할 경우 철도차량이 제외되는 것으로 보는 의견은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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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법제처가 부산항 북항 재개발 구역 내 ‘트램사업에 철도차량이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국비로 철도차량 구입(180억 원 상당)을 포함한 트램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이날 북항재개발 구역 내 부산오페라하우스 공사현장.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간의 갈등으로 지지부진했던 트램 건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사안은 ‘항만재개발사업계획에 포함될 수 있는 기반시설의 범위’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해수부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 등을 바탕으로 트램 차량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또 이런 이유로 철도시설과 철도차량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를 근거로 지난해 10월 트램 차량 구입비 180억 원을 총사업비에서 제외한 뒤 이를 시가 감당하도록 했다.
반면 지역 정치권과 시는 트램 등은 철도건설법과 철도산업발전법에서 철도시설 및 철도차량에 포함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철도차량비만 별도로 시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현행법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항만재개발법에도 기반시설에 철도시설과 차량이 모두 포함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상호 갈등이 깊어지자 해수부와 시, 부산항만공사는 지난해 12월 ‘부산항 북항 1단계 항만재개발사업’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트램의 철도차량 포함 여부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법제처가 시에 유리한 결론을 내린 것과 관련해 해수부 측은 “이 유권해석은 앞으로의 사업 진행에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빠른 시일 내 시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업무협약 때 법제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한 만큼 별도의 이견 제기는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부산 서·동구)은 “상식적인 수준의 법 해석문제로 1년 가까이 부산시민은 불필요한 피로감을 겪어야 했다”며 “이제라도 정상궤도에 들어선 만큼 해수부는 오직 북항 재개발 사업 완성에 전력질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도시균형발전실 박재영 창조도시과장은 “이번 유권해석으로 부산시와 해수부 간의 2년여간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돼 앞으로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른 해수부의 신뢰도 추락이다. 해수부는 지난해 부산항북항재개발통합추진단(추진단)에 대한 감사 때 트램 건설 사업비를 해수부가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부산시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지적했지만 유권해석으로 이런 논리는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다. 예정대로라면 트램 건설은 올해 초 착공하고, 기반시설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완공이 목표였다. 그러나 해수부와 시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무산됐다.
지역사회에서는 무리한 감사로 북항 재개발 사업 일정이 차질을 빚은 데 대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인호 부산항을사랑하는모임 대표는 “지난 1년간 해수부의 석연치 않은 감사로 인해 얼마나 많은 혼란이 빚어지고 사회적 비용이 소모됐는가”라고 반문한 뒤 “조만간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해수부에 책임 규명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