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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오디세이] <5> 엑스포가 낳은 문명의 산물

전화·TV부터 미니스커트까지, 모든 건 엑스포서 시작됐다

  • 오룡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저자
  •  |   입력 : 2022-03-07 20:14:04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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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공산품 엑스포서 첫선
- 벨의 전화 현장 시연 탄성 자아내
- 1939년 뉴욕박람회는 첫 생중계

- 온갖 발명품들로 장식됐던 무대
- 과학기술 발전에 패러다임 전환
- 인류 공통과제 논의 소통 장으로
- 부산 ICT 활용 콘텐츠 창출 관건

“Everything begins with EXPO.” 2012년 여수엑스포 국제박람회기구(BIE) 전시관 입구에 새겨졌던 문구다. 이처럼 ‘당당한’ 슬로건을 내세운 배경에는 170년간 쌓아온 세계박람회의 빛나는 전통이 있다. BIE관은 인류문명의 쇼케이스가 돼온 엑스포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엑스포가 지켜온 핵심가치인 진보와 평화, 교육과 교류였다.
벨이 1876년 필라델피아박람회에서 자신이 발명한 전화기를 시연하는 모습.
■인류의 기술·자본 총동원

이들 가치는 세상을 움직인 새로운 산물로 구체화됐다. 엑스포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과 기술, 자본과 인력이 총동원된 이벤트다. 현대문명을 구성하는 수많은 신개발품이 엑스포를 통해 세상의 빛을 봤다.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는 거의 모든 생산물이 엑스포에서 첫선을 보인 뒤 대중에 보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기엔진, 수세식 화장실부터 청소기, 가스레인지 같은 생활용품, 고무타이어, 탈곡기, 에스컬레이터, X-레이, 플라스틱, 컴퓨터, 로봇, 로켓 등 온갖 발명품이 엑스포 무대를 장식했다. 엑스포를 모태로 한 물품 목록은 헤아리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케첩, 솜사탕 등 가공식품과 스트립쇼, 대관람차, 놀이동산 같은 대중문화,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등 기념물도 예외가 아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 같은 걸작 예술품, 심지어 ‘달에서 온 돌’도 엑스포에서 처음으로 대중과 만났다.

대부분의 공산품이 엑스포에 첫 제품을 내놓은 뒤 역대 박람회를 거치면서 진화해나갔다. 물론 기존 개발품이 엑스포를 통해 널리 보급되거나 대중화된 것도 많다. 초기엔 무기류가 주요 전시품이 되기도 했으나 평화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이내 무대에서 내려왔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박람회 조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이렇게 공언하기까지 했다. “만약 끔찍한 재앙이 일어나서 이 박람회장 바깥에 있는 인류의 모든 성과물이 파괴된다 하더라도 여기 모인 각국 전시물로 문명을 재건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공상소설 소재가 현실로

텔레비전 생중계된 1939년 뉴욕박람회 개막식.
초기 박람회에 등장한 획기적 물품 중 하나는 재봉틀이었다. 미국 발명가 아이작 싱어가 개발한 신형 재봉틀은 1855년 파리박람회에 첫선을 보인 뒤 1862년 런던박람회에선 별도 전시실을 차리고 마케팅에 나섰다. 단순한 바느질 도구가 아니라 가사노동을 근본적으로 혁신한 기계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오늘날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싱어재봉틀회사는 엑스포와 함께 성장한 대표적 기업으로 뽑힌다.

전화는 세상을 놀라게 한 또 하나의 발명품이었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1876년 필라델피아박람회에서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말을 주고받는 시연을 했다. 송수화기 전자석에 설치한 얇은 철판을 진동시켜 유도전류로 음성을 재생하는 장치였다. 소리가 전기로 바뀌어 장거리를 이동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냈다. 벨의 현장 시연은 엑스포 역사의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움직이는 보도(moving walkway)는 공상과학소설에서 실제 세상으로 나왔다. ‘길이 움직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공상은 많은 이가 가지고 있었다. 운송수단 없이 길이 움직여 가고 싶은 곳을 간다는 생각이다. H.G. 웰즈의 공상소설에 벨트식 이동보도를 건물 사이, 도시 사이에 놓아 편리하게 오간다는 내용이 나오곤 했다. 1893년 시카고박람회는 그런 공상을 현실로 보여줬다. 박람회장 놀이공원 호숫가에서 카지노까지 전기로 작동하는 곡선형 이동보도를 설치했다. 2개 층 중 한 층은 앉아서 가는 의자가 설치됐고, 다른 층은 서서 타게 돼 있었다. 속도는 시속 3마일로 걷는 속도와 비슷했지만 신기한 작동 모습으로 관람객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1900년 파리박람회는 한층 개선된 이동보도를 구현했다.

1939년 뉴욕박람회는 텔레비전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개막연설이 세계 최초로 생중계된 것. NBC방송이 개막식 장면을 첫 정규 방송으로 송출했다. RCA가 개발한 기술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옥상 송신탑을 이용했다. 이 역사적 방송은 당시 뉴욕에 보급된 텔레비전 수상기 200대로 시청했다고 한다.

■재봉틀부터 아이스크림까지

1967년 몬트리올박람회에서 메리 퀀트가 디자인한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입은 모델들.
엑스포는 대중문화 확산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아이스크림, 미니스커트 등이 대표적 사례다. 아이스크림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장에서 팔리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이스크림콘의 달콤함에 푹 빠져들었다. 그 모습을 담은 기념 우표까지 발행됐다. 미니스커트는 1967년 몬트리올박람회에 등장하면서 전 세계에 전파됐다. 영국관 여성 안내원이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디자인한 스커트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이 ‘과감한’ 옷차림은 당장 다른 참가국 전시관 안내원 유니폼이 미니스커트로 바뀔 만큼 파급력이 폭발적이었다.

엑스포는 ‘지상 최대의 쇼’로 불린 1939년 뉴욕박람회에서 변곡점을 맞았다. 기술 문명이 이룩한 인류의 성취를 집대성하는 기존 방식에 정점을 찍었다. 2차 대전 이후 엑스포는 10여 년간 정체기에 들어갔다. 이어 열린 1958년 브뤼셀박람회와 1967년 몬트리올박람회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과학기술이 야기한 비극적 살상에 대한 반성에서 평화주의와 휴머니즘, 미래주의가 강조됐다. 과시적 건축물, 지나친 상업주의와 향락문화 대신 인류 공통과제를 논의하는 소통이 장이 돼 갔다. 전시 콘텐츠와 기법도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인식의 확장, 스토리텔링, 상호작용형 공유와 체험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런 면에서 19세기를 마감한 2000년 하노버박람회는 엑스포의 새로운 전범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노버엑스포는 6개 영역별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참가국이 곳곳에서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학기술 진보와 개발, 자연환경의 균형을 공통 주제로 삼아 4차 산업혁명의 발원지로 자리매김했다.

2030년 개최 추진 중인 부산엑스포는 엑스포 트렌드에 발맞춰 전 지구적 협력과 조화, 공존의 삶을 모색한다. 사람과 기술, 자연 간 패러다임 대전환이 그 지향점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한국이 앞서가는 최첨단 ICT 기술을 활용한 매력적인 전시 공간과 콘텐츠 창출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공동기획=국제신문·부산은행·㈔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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