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자 신청 손쉬운 통신판매업
- 대출상환 지연용으로 취득 많아
- 부산 커피점 2년간 1485곳 늘어
- 청년사장 소규모 카페 증가 영향
- 대출 건전성 등 모니터링 필요성

#1. 부산 중구에서 소규모 식당을 운영해 온 김모(46) 씨는 사업자등록 업종을 ‘일반음식점’에서 최근 ‘통신판매업’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김 씨의 이런 결정은 인터넷 쇼핑몰 등으로 사업 전환을 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발 경기 침체를 이기지 못해 식당 폐업을 검토했지만, 문을 닫으려면 은행 대출액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김 씨는 인터넷 블로그와 은행 직원 등으로부터 ‘업종을 변경해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면 대출금 일시 상환을 미룰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김 씨는 신청 절차가 비교적 쉬운 통신판매업으로 업종을 바꿨다. 그는 “(빚 갚을) 돈이 없어 폐업도 못 하게 된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 부산진구에 거주하는 이모(38) 씨는 지난해 9월까지 직장 생활을 하다 올해 1월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20대 중반부터 시작한 회사 봉급 생활을 접고 소규모 커피전문점을 차린 것이다. 하지만 이 씨는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커피산업에 큰 관심이 있거나 열의가 있어서 창업한 게 아니라, 직전에 다녔던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빠져 직원 급여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자영업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 씨는 “개업한 지 한 달밖에 안 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매출이 떨어질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채용 감소→ 어쩔 수 없는 창업”

2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가 부산지역 생활업종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점·노래방·숙박업소 등의 감소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통신판매업 등이 유독 폭증한 것은 부산 자영업의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9일 국세청 공시 자료를 보면, 부산의 호프전문점은 2019년 11월 1818개에서 지난해 11월 1489개로 329개(18.1%) 줄었다. 이 감소 폭은 부산지역 100대 생활업종 중 가장 큰 것이다. 이어 ▷간이주점(-252개) ▷노래방(-234개) ▷구내식당(-177개) ▷여관·모텔(-168개) ▷슈퍼마켓(-158개) 순이다. 대부분 대면 서비스 업종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2년간 계속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결과 자체는 예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증가한 업종이다. 기획부동산업자 등을 제외할 경우 특정 업종에서 사업자가 늘면 일단 ‘창업 활성화’ 차원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인식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2년간 통계를 보면 벼랑 끝에 몰린 부산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부산 100대 생활업종 중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통신판매업(+1만456개)이었는데, 이 증가 폭은 커피음료점(+1485개) 한식전문점(+1254개) 부동산중개업(+1126개) 실내장식가게(+960개) 피부관리업(+718개) 교습소·공부방(+652개) 등의 증가 폭보다 월등히 컸다. 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 정성엽 주임은 “코로나19 이후 상용근로자 채용 감소 등으로 청년들이 소자본을 갖고 소규모 카페를 여는 사례가 늘었다”며 “커피음료점 증가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상용근로자 수는 2019년 11월 92만4000명에서 지난해 11월 84만8000명으로 7만6000명(8.2%) 감소했다.

■“자영업 취약성 극복 정책 마련을”

물론 통신판매업 급증에 ‘온라인거래 활성화’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17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의 증가 폭(+4305개)과 그 이후 2년(2019년 11월~2021년 11월) 동안의 증가 폭(+1만456개)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그에 따른 자영업 위기를 대입하지 않고서는 통신판매업 급증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지난달 ‘지역 자영업 주요 특징과 코로나19 이후 동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 지속적이고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자영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비대면 영업환경 적응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