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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월드 <29>작지만 강한 흰동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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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동가리는 농어목 자리돔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전 세계적으로 27종이 있다. 몸에 새겨져 있는 빨강 혹은 주황과 흰색의 배열이 어릿광대 분장처럼 보여 서구에서는 클라운(Clown) 피시라는 이름이 지어졌으며, 말미잘(Sea anemone)과의 공생으로 아네모네피시라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몸을 가로지르는 흰색의 세로줄을 특징화해 흰동가리라고 부른다. 흰동가리는 전 세계 어린이에게는 ‘니모’로 통한다. 2003년 개봉한 앤드류 스탠트 감독의 영화 ‘니모를 찾아서’ 때문이다. 주인공 니모(Nemo)란 이름은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 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네모 선장(Captain Nemo)에서 따왔다.

●모계 중심의 흰동가리

흰동가리는 최대 15㎝ 정도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관찰되는 대부분은 손가락 크기만 하다. 타원형인 몸은 옆으로 납작하며 체고는 높은 편이다. 흰동가리는 얕은 수심의 산호초 해역에서 말미잘과 공생 한다. 대개 하나의 말미잘에 서너 마리의 흰동가리가 살고 있다. 흰동가리 가족은 철저한 모계 중심으로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 암컷이다. 암컷이 죽으면 수컷 중 한 마리가 암컷으로 성을 바꾼다. 이런 방식이 다른 곳에서 암컷을 찾는 것보다 종족 보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부유성 갑각류 등을 먹으며, 수명은 13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서 살아가며 우리나라 제주도 남쪽 해안에서도 발견된다.

흰동가리 가족은 철저한 모계 중심 사회를 형성한다. 하나의 말미잘에 가족 단위로 살고 있 는 흰동가리 중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 암컷이다.
●관찰

흰동가리는 대개 얕은 수심의 산호초 지대에서 말미잘과 공생한다. 아열대와 열대해역에서 말미잘을 찾으면 그 촉수 사이를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는 흰동가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습성이 강해 조금이라도 위협을 느끼면 상당히 공격적으로 된다. 덩치가 큰 암컷과 여러 마리의 수컷이 말미잘 촉수를 박차고 튀어나와 맹렬한 기세로 움직이는 동안 새끼는 촉수 아래쪽으로 숨는다. 침입자에 맞선 흰동가리 눈에는 힘이 들어가고, 으르렁거리듯 벌리는 입 사이로는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난다. 작고 귀여운 물고기라는 선입관으로 손을 내밀었다가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상처를 입은 다이버도 더러 있다.

흰동가리는 작고 귀여운 어류이지만 위협을 느끼면 입 사이로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공격적으로 돌변한다.
오래전 필리핀 세부섬 남쪽 산호초 지대에서 흰동가리가 수정란을 돌보는 장면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말미잘 촉수 사이에 마련된 산란장에는 한 덩어리의 수정란이 붙어 있고 흰동가리 부부는 수정란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머금어 온 물을 뿜어대고 있었다. 이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금 떨어진 곳에서 관찰했지만 알을 지키느라 신경이 예민해진 흰동가리가 필자의 얼굴을 향해 돌진해왔었다.

흰동가리는 말미잘 촉수 사이에 산란한다. 입 안 가득 맑은 물을 머금어 수정란에 뿜어대는 어미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묻어난다.
흰동가리는 말미잘 촉수 사이에 만들어진 산란장에서 부화하니 일생을 말미잘과 함께 살아간다. 한자리에 머물며 사는 것은 자리돔과에 속하는 어류의 습성이다. 그런데 이들은 다른 바다 동물이 가까이하기 꺼리는 말미잘과 함께 살까. 이유는 말미잘이 지닌 독을 방패 삼아 외부의 적을 막아 내기 위함이다. 말미잘 역시 얻는 이득이 있다. 흰동가리를 쫓아오는 바다 동물을 촉수에 있는 자포로 쏘아 잡아먹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와 먹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의 공생은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산호초 지대에 흰동가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산호초 사이에는 이들의 보금자리인 말미잘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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