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6시30분 부산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코로나19 이전 붐비던 국제선 청사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국제선 청사의 30개 발권카운터 중 실제 이용되는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오전 8시 에어부산의 부산~사이판 노선(전세) 출국 시간을 생각하면 가장 붐벼야 할 시간임에도 발권 대기줄이 텅 비어 있었다. 이날 탑승률은 15%였다.
에어부산은 이날 처음으로 부산~사이판 노선(전세)을 띄웠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위드코로나 정책 이후 지역공항 활성화 차원에서 제주항공이 김해공항에서 이 노선에 부정기 운항을 시작했지만 탑승률이 30%를 밑돌면서 지난 19일 운항을 중단했다. 에어부산도 지난해 11월부터 부산~괌 노선을 운항했다. 괌은 사이판과 달리 우리나라와 트래블버블(여행안전지역)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탑승률은 10%내외에 불과했다. 항공사는 결국 다음 달부터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로써 김해공항 국제선은 2020년 12월부터 운항한 부산~칭다오(에어부산)노선과 이날 시작된 부산~사이판 노선만 남게 된다. 국제선 발권 카운터 위에 붙어 있는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 확대를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시름에 빠진 지역 항공·여행업계 상황과 묘하게 대비를 이루었다.
업계는 김해공항 국제선의 고전이 주 1회 운항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주 1회만 운항 시 승객의 7박8일 일정을 강제하기 때문에 탑승률이 저조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구에서 온 대학 졸업 예정자는 “아직 직장인이 아니라 사이판 여행을 결정할 수 있었다. 직장이 있었다면 7박8일 일정이 부담스러워 선뜻 나서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30대 남자 승객은 ”개인 사정 때문에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게 됐는데, 사이판은 트래블버블 지역이라 격리도 없는데 7박8일 일정을 강제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토부의 항공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사이판 노선은 총 36번 운항(3612명)했다. 티웨이항공이 20번으로 가장 많고,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각각 8번씩 떴다. 김해공항은 지난달 사이판 노선 운항횟수가 제주항공 1차례(50명) 뿐이었다. 인천공항을 이용해 사이판으로 향한다면 여행 일정을 훨씬 유연하게 짤 수 있는 셈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설 연휴 때는 탑승률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에어부산의 베이스공항인) 김해공항 국제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적자를 보면서도 어떻게든 비행기를 띄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 여행업계는 김해공항 국제선 활성화를 위해 노선 확대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부산관광협회 김의중 사무국장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지역공항 국제선 운항 확대 계획’에 따라 국제선 노선 수를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 ”며 “주1회 노선만으로 승객들의 여행 일정을 장기간 강제하는 것은 직장인이 많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
| 23일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을 찾은 승객들이 사이판 노선을 이용하기 위해 탑승수속을 하고 있다. 에어부산 부산-사이판 노선은 주1회 운항한다.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