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운임 담합 혐의와 관련한 제재 수위 등을 밝히고 있다. (제공 :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상운임 담합 혐의를 받는 국내외 23개 해운사에 총 960억 원대의 과징금 부과를 확정했다.

공정위는 12개 국적선사와 11개 외국적 선사 등 23개 컨테이너 정기선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62억 원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23개 선사는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5년간 총 541차례 회합과 기타 연락 등을 통해 한~동남아 항로(한국발 동남아착 수출항로, 동남아발 한국착 수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에 걸쳐 컨테이너 해상화물 운송 서비스 운임에 합의·실행했다.

2003년 10월 담합이 시작될 당시 고려해운과 장금상선 등 일부 국적선사가 운임 인상에 의견을 모은 이후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 소속 기타 국적선사와 IADA(아시아 항로 운항 국내외 선사들 간 해운동맹) 소속 외국적 선사가 가담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동정협은 이들의 담합을 도운 것으로 확인돼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6500만 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23개 선사의 공동 행위가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않아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해운법에 따르면 선사들이 공동 행위를 한 뒤 30일 이내에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 전에 합의된 운송 조건에 대해 화주 단체와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협의하는 절차적 요건을 갖춰야 합법적인 공동 행위로 인정된다. 23개 선사가 이런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해운업의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과징금 규모는 애초 공정위가 지난해 5월 각 선사에 보낸 ‘최대 8000억 원 과징금 부과 필요’ 의견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각 선사의) 재무 상황과 시장의 특수성, 부당이득 규모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