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가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영앤리치(젊은 부유층)’의 구매력이 지난해에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백화점 해외명품 매출에서 20, 30대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연령별로는 30대의 매출 신장률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 단위 투숙객이 많았던 특급호텔에서도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조합의 2030세대가 주요 고객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9일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명품 고객매출 연령별 신장률은 30대가 38%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 28%, 50대 16% 순이었고 20대 신장률도 7%를 기록했다. 2020년 기준 국내 백화점 연 매출 순위 4위였던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이미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해 상위권을 지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20, 30대 고객의 소비가 매출 증가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해외패션 매출에서 20, 30대의 구성비가 41%에 달했다. 2020년 40.5%에 이어 2년째 젊은 고객층이 해외패션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에서도 2030은 34%를 차지했다.

‘영앤리치’ 고객이 늘어난 것은 젊은 자산가가 증가한 데다 20, 30대의 소비 문화와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품목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따지면서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명품 구매는 주저하지 않는 젊은층의 소비 행태, 고가의 물건으로 구매력을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 등이 명품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보복소비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영앤리치’의 영향력은 날로 증대되는 추세다. 

호텔업계도 이 같은 변화가 뚜렷하다. 해운대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이 오픈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20, 30대 고객이 특히 많이 늘었다”며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조합으로 젊은 고객이 많이 찾는다. 식당 라운지 숙박 모두 젊은 고객 비중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특급호텔 관계자도 “호캉스 문화가 정착하면서 젊은 층의 호텔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다. 몇 년 전만 해도 호텔은 여행 때나 특별한 날에 방문하는 장소였지만 요즘은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휴식과 레저를 즐기려는 20, 30대가 많이 찾는다”고 상황을 설명하며 “다양한 쿠폰 활용이 가능한 숙박 어플의 활성화로 투숙일 직전에 예약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았던 과거엔 최소 투숙일 몇 주 전에 예약이 이뤄졌지만 최근엔 전일, 당일 예약도 꽤 발생한다. 호텔 문화에 대한 거리감이 좁혀진 듯하다”고 덧붙였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