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입법추진 이어 명문화 작업
5년 만에 마련된 정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에 ‘고리원전 등의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에 저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파문이 예상된다. 최근 여당이 동일한 내용으로 입법을 추진한 데 이어 정부마저 명문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시민단체의 ‘부산·울산=핵폐기장’ 우려가 현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이달 21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계획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의 원칙과 추진 과제 등이 담긴 중장기 로드맵이다. 계획 수립 주기는 5년이다. 1차 계획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7월 나왔다.
이번 2차 계획은 산업부 산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지난 3월 활동을 종료한 이후 9개월 만에 초안 형태로 베일을 벗었다. 당시 재검토위는 정부를 향해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 ▷영구처분시설 확보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 4월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소통해 연내 2차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시기만 보면 정부의 ‘약속’은 지켜진 셈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일단 산업부는 “고리 1호기 해체가 가시화되면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반출·관리가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시설을 마련하기 전까지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원전 부지 내에 저장한다”고 못 박았다. 원전 내 핵폐기물 보관을 합법화한 여당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에 이어 정부마저 해당 내용을 중장기 로드맵에 명문화한 것이다. 산업부가 언급한 ‘관리 시설’은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이다. 두 시설 모두 원전 이외 지역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용석록 탈핵울산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 15일) 고준위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발의 직전인) 지난 9월 2일 시민단체 등에 공개한 법안 관련 자료를 보면 ‘산업부와 협의를 마쳤다’는 내용이 있다”며 “여당과 정부가 연동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