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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제를 기회로… 선박용 배기가스 저감장치 개발해 두각

  •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   입력 : 2021-11-30 19:11:3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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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O 탄소배출 규제 강화 속
- 질소·황산화물 등 정화 기능
- SCR·스크러버 밸브 내놓아
- 작년 매출 127억 달성 기록
- CO₂→수소 전환 기술 추진

일반적으로 규제는 기업 발전을 막는 장애물로 인식된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규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규제로 인해 새로운 설비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으며, 규제 준수를 위한 인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부산 강서구 녹산동의 조선기자재업체 디에이치(DH) 컨트롤스는 ‘규제의 기회화’를 통해 성장했다. DH는 규제에 저항하는 대신 규제의 파도에 올라탔다. 해양·조선업계의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를 발판 삼아 지난해 12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규제에는 좋은 규제, 나쁜 규제가 있습니다. 환경과 관련된 ‘좋은 규제’는 강화되는 게 당연합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규제를 활용하느냐죠.”(진종근 대표)
30일 부산 강서구 녹산동 디에이치(DH) 컨트롤스 공장에서 직원들이 선박용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디에이치 컨트롤스 제공
■환경규제가 오히려 기회

DH의 주력상품은 선택적촉매환원(SCR)밸브와 스크러버(Scrubber) 밸브이다. 선박이 배출하는 오염물질 저감용 제어 밸브다. 원리는 간단하다. 선박이 진입하는 해역의 기준에 맞춰 배기가스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이다. SCR은 선박 배기가스의 질소산화물 정화 여부를 결정하는 부품이다. 선박 굴뚝에 요소수를 뿌려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한다. 황산화물 저감을 위한 부품인 스크러버는 선박 굴뚝에 물을 뿌려 황산화물 정화 여부를 결정하는 장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1월부터 강력한 선박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시행 중이다. 전세계 모든 선박(국제항행에 종사하는 400t급 이상)의 배기가스 속 황산화물(산성비 주요 성분)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강화했다. 7000TEU급 선박 한 척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은 트레일러(20t급)의 50만 배에 달한다. 미세먼지·스모그의 원인인 질소산화물은 10년 전부터 강력하게 규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정격 기관속도(rpm)가 130 미만인 선박의 질소산화물 배출기준(g/㎾h)을 기존 17 이하에서 14.4 이하로 15.3% 강화했다. 이러한 규제는 선사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저감장치를 달지 않으면 대부분 해역에 출입이 불가능하다. 저유황유를 사용하면 합리적이지만, 비용 문제가 골칫거리다. DH는 바로 이 부분에 착안했다. DH의 SCR·스크러버 밸브는 환경규제가 까다로운 해역에서는 배기가스가 정화장치를 통해 배출될 수 있도록 한다. 규제가 느슨한 곳에서는 배기가스 정화 단계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DH 성한샘 연구소장은 “국제 유가가 오를수록 저유황유 대신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사용하려는 선사가 많다”며 “전세계에서 운용되는 9만~10만 척의 선박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만 정화해도 환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의 기회화가 매번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2009년 DH는 안전규제를 활용한 ‘스크류 다운 밸브’를 세계 최초 개발했다. 배 앞부분이 충격을 받아 파손됐을 때, 배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물을 막아주는 부품이다. 선박이 파손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충격이 가해지면 작동하는 기존 제품의 오류를 개선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부품에 사용되는 유압의 점성이 온도에 따라 바뀌는 점을 예상하지 못해 시베리아와 적도를 지나는 선박에 똑같은 유압을 적용한 게 화근이었다. 선박 크기를 간과한 것도 문제였다. 200m 선박을 기준으로 생산했는데, 일부는 600m가 넘었다. 선박이 긴 만큼 유압이 떨어졌다. 진종근 대표는 “당시 매출이 20억 원대였는데 수리비용만 14억 원이 들어갔다”며 “AS 요청이 물밀듯이 들어와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신뢰가 생명이라는 생각에 모든 수리 요청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차세대 기술 개발 매진

DH는 선박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또 다른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이산화탄소를 표적으로 삼았다. 선박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수소로 바꿔 자원화하는 게 목표다. 수소는 크게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등으로 나뉜다. DH는 선박 배기가스에서 블루수소와 그린수소의 가운데에 위치하는 ‘청록수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사업 역시 IMO의 규제 강화에 힘입어 진행된다. IMO는 2050년까지 국제 항해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08년의 50%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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