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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월드<24>다이빙 벨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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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온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탑승자 476명 중 사고 발생 직후 174명을 구조한 이후 302명의 실종자 중 단 한 명의 생존자도 확인되지 않아 안타까움과 좌절은 극에 달했다. 침몰 사고가 난 맹골수도(孟骨水道)는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에 있는 물길로, 밀물과 썰물이 섬과 섬 사이에서 병목현상을 일으켜 물살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곳이다. 설상가상으로 사고가 난 4월 16일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사리 물때와 겹쳤다. 사고 직후인 17일부터 21일까지 조수 간만의 차가 최대로 커져 조류가 가장 거센 ‘왕사리’였다. 이 기간 최대 유속은 시속 12㎞까지 빨라진다. 2008년 북경 올림픽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의 기록 3분41초86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6.5㎞에 불과하다. 사고 해역에서 박태환 선수가 역조류를 만나면 전력을 다해도 뒤로 밀린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구조에 나선 잠수사들의 구조 작업은 매일 6시간 주기로 찾아오는 1시간 정도의 정조 시간에만 가능했다.

   
2013년 6월30일 파나마 선적 벌크선 F호(3만1643t)가 부산 영도구 생도 해역에 침몰했을 때 기자는 사고 선박에 대한 수중 취재를 했다. 당시 조류가 시속 6~7㎞에 달했었는데 유속이 빠른 현장에서는 안전줄 없이는 목표 지점에 다다르기 어렵다.
●수중작업은 공기 공급 방식에 따라 구분

그렇다면 이처럼 빠른 유속에서 작업하는 잠수사에게 어떤 장비가 있어야 할까. 일반인이 기대하는 것처럼 특별한 장비는 없다. 수중작업은 공기공급 방식에 따라 공기통을 짊어지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스쿠버 다이빙 방식과 표면공급식 다이빙 방식 두 가지가 전부이다. 물론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깊은 수심 작전에 사용하는 포화잠수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몸을 목표 수심의 환경 압에 맞도록 적응시키기 위한 사전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스쿠버 다이빙 방식은 고압으로 압축된 공기가 들어 있는 공기통을 이용해 물속에서 호흡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통 안에 들어 있는 제한된 공기는 수심이 깊어질수록 소진 속도가 빨라진다. 이를테면 30m가 넘는 세월호 사고 해역 같은 곳에서는 한 개의 공기통으로는 최대 10분 정도밖에 머물 수가 없다. 그래서 잠수사들은 수중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두 개의 공기통을 메고 들어가기도 한다.

 표면공급방식은 공기통 대신 공기 호스를 이용해 잠수사에게 공기를 공급해주는 방식이다. 공기통 속의 한정된 공기만을 이용하는 스쿠버 방식보다 좀 더 오랜 시간 수중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길이 100~200m에 이르는 호스를 끌고 다녀야 하니 침몰 선박같이 내부에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는 호스가 꼬이거나 훼손될 위험이 따른다.

   
표면공급식으로 진도 앞바다 실종자 수색을 마친 민간 잠수사가 선박으로 돌아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잠수사는 노란색 호스를 통해 선박에서 공급하는 공기를 호흡하기에 표면공급식 잠수라고 한다.
●다이빙 벨의 진실

최악의 환경에서 구조 작업이 느려지다 보니 다양한 구조 방법이 쏟아졌다. 그중 하나가 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던 ‘다이빙 벨(Diving Bell)’ 이었다. 다이빙 벨은 자체 동력이 없는 종 모양으로 생긴 잠수정이라 생각하면 된다. 다이빙 벨을 이용하면 목표 수심까지 수직으로 이동할 수 있고 잠수사들은 벨 안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반복적인 수중 작업을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 당시 JTBC 메인 뉴스에 등장한 알파 수중기술 이종인 대표는 “다이빙 벨을 활용하면 조류의 세기와 관계 없이 20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다이빙 벨은 국민적 관심 대상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 개인 매체 ‘고발뉴스’ 이상호 씨는 실종자 가족과 구조당국의 면담장에서 질문자로 나서 다이빙 벨 투입을 압박해나갔다. 하지만 구조당국은 다이빙 벨이 사고해역 여건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투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다이빙 벨을 투입하지 않은 데 대한 음모론까지 대두되며 구조당국과 국민 간 불신의 간극이 더욱 깊어지고 말았다. 결국, 여론에 굴복한 구조당국이 다이빙 벨 사용을 허가했지만 이종인 씨의 다이빙 벨은 별다른 역할도 하지 못한 채 사고 해역을 떠났다.

 당시 ㈔한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 차주홍 회장은 “유속이 느리고 수온이 따뜻한 해역이라면 몰라도 11.6도 수온에 유속이 시속 10~12㎞에 이르는 사고 해역에서 다이빙 벨을 사용한다는 것은 잠수사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고 조류에 떠밀린 다이빙 벨이 2차 충돌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다이빙 벨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산업잠수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구다. 작업 현장에서 사용 시 잠수사는 벨 안에 편안하게 앉아 엘리베이터를 타듯 작업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고, 작업 도중 벨로 돌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사고가 난 맹골해역은 조류가 빠른 데다 차가운 환경이다.

 공기공급호스, 통신선, 안전줄, 연결줄 등 여러 가닥의 라인으로 연결된 다이빙 벨을 수면 아래로 내리는 순간 조류에 휩쓸려 라인이 서로 엉켜 들면 위험해질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수온도 낮아 잠수사가 휴식을 위해 다이빙 벨 안에서 장시간 머물다가는 저체온증을 겪게 된다.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여론을 이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조직의 잘못된 신념과 확신이다. 맹목적인 신념이 결국 범죄로 연결된다면 이는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정신병적 확신범이 되는 것이고, 불순한 목적을 신념으로 포장한 채 여론을 등에 업는다면 국민을 속이는 사기가 된다.

 세월호 사태 당시 다이빙벨 투입을 둘러싼 여론의 광기를 생각하면 이를 검증 없이 재생산하거나 한발 물러선 채 방관하고 있었던 언론의 책임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알파 잠수기술공사 이종인 씨의 다이빙 벨이 사고 해역에 투입됐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다이버들의 안전상의 문제 등으로 철수해야만 했다.


   
다이빙 벨 개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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