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세계적 석학을 초청해 국제콘퍼런스(국제신문 지난달 10월 26일 자 ·29일 자 2면 보도)를 열었습니다. 프랑스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부산세계박람회는 한국과 부산의 성장 동력은 물론 미래 세대를 위한 골든 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베스트 셀러 『2030 축의 전환』의 저자 마우로 기옌은 “부산만이 가진 인프라와 잠재력은 세계박람회 유치의 충분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국제신문 10월 26일 자 2면

국제신문 10월 29일 자 2면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물결

이 국제콘퍼런스 기조강연자 중 한 명인 마우로 기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가 쓴 『2030 축의 전환』(리더스북)을 읽어보면 부산 엑스포의 주제를 이해하고 2030년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를 이해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해줍니다. 부산엑스포의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코앞에 있는 미래에 닥칠 2030년에 대비하라고 강조합니다. “끝은 새로운 종류의 시작을 의미하며, 그 새로운 시작에는 수많은 기회가 함께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파고들어 새로운 트렌드를 예측하고, 단절보다는 소통을 택하며, 자신과 자녀들, 배우자, 미래의 가족, 직장 등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줄 안다면 말이다. 변화의 충격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자는 변화를 거부하면 아날로그 사진기용 필름을 생산했던 코닥처럼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코닥 기술진은 디지털 촬영의 가능성을 알아차렸지만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한 코닥의 최고 경영진은 사람들이 기존 아날로그 사진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저자는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 나오는 테일러 판사의 말을 인용합니다. “사람들은 그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법이지.” 사람들은 결국 언제나 예상치 못한 특별한 상황에 대해서는 두 눈을 감아버린다고.

2030 축의 전환

『2030 축의 전환』에 소개된 다가올 세상 예측도. 8가지 거대한 물결이 상호작용을 한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1. 출생률 감소 막는 이민자

출생률 저하 속에서 국가 간 이주나 이민은 인구 흑자 국가에서 적자 국가로 사람을 보냄으로써 충격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견해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민자들이 노령 인구를 빠르게 대체하리라 예측합니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의 국민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일어날지 모를 혼란과 어려움 역시 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민자 규모와 받아들이는 시기, 그리고 구성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최선의 정책에 관해서는 차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미국 구글 인텔 이베이 페이스북 링크드인 테슬라는미국 경제에 혁명을 일으켰고 창업자 혹은 공동 창업자가 이민자 출신이라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미국이 개발도상국 유학생을 붙잡아둠으로써 두뇌 유출이 일어난다는 지적에 대해 저자는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에너리 색스니언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두뇌 유출이라는 빈곤의 악순환이 ‘두뇌 순환’의 선순환으로 바뀌어 인재의 고국과 새로운 국가 모두를 유익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미국 와튼스쿨에 유학 온 제임스 김(한국 이름 김주진) 사례를 소개합니다. 김 씨는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학교수로 근무하다가 1969년 반도체 제조사 엠코 테크놀로지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의 2018년 매출액은 42억 달리 규모이고 동아시아 포르투갈 제조공장 및 미국의 여러 설비에 3만 명 가까운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회사 이름 엠코(Amkor)는 아메리카(America)와 한국(Korea)이라는 뜻. 김주진 회장은 “우리는 살아남아 지금까지 버텼고 결국 번영할 수 있었다”며 한국이 오늘날의 기술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2. 밀레니얼 세대보다 중요한 실버 세대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가 35억 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23억 명에 달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에 태어난 세대)보다 수도 많고 경제력도 훨씬 뛰어납니다. 시장은 이들 실버 세대의 구매력을 알아차리고 60~70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큰 비용과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미국의 산업계 동향을 분석하는 전문 잡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는 “심지어 나이키나 폴란드 스프링 같은 유명 기업도 80세 이상의 고객을 겨냥한 홍보 활동에 관심을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저자는 ‘젊음’과 ‘나이 듦’에 관한 일반적 정의가 사라지면 세대 간 역학 관계도 바뀔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은퇴와 노인의학에 대한 관점도 변할 겁니다. 예컨대 70세 이상의 사람이 새롭게 취업하는 세상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한 영화 ‘인턴’에 아내와 사별한 휘태커는 “이제 남은 날들을 뭘 하며 지내지? 운동이나 독서 영화 오락 같은 건 다 해봤어, 요가나 요리, 식물 가꾸기, 중국어 배우기까지 말이야. 진짜야.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며 결국 인터넷 의류업체에 다시 취업해 CEO의 가장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가 됩니다. 이 영화는 회사에서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이 어울릴 때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세대 간 협력 기회를 만들 방안으로 네덜란드에서 도입한 ‘요양소 기숙사’를 소개합니다. 노인이 머무르는 장기 요양시설에 대학생을 무료로 살게 해주고 대신 매달 정해진 시간만큼 봉사하게 하는 겁니다,



3. 중산층의 변화

중산층은 현대사회와 경제의 중추 세력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완벽한 정치적 공동체는 중산층이 지배하고, 수적으로도 상류층과 하류층을 압도하는 공동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중산층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지만 더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그 위상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60세 이상이 현재 중산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사상 어느 때보다 큰 것을 비롯해 중산층 구성과 특성에 근본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OECD는 “중산층은 다른 계층에 비해 지난 30년 동안 평균 연령이 가장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 이후 등장한 세대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줄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구세대와 신세대 간 세대 갈등도 우려됩니다.

이와 달리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같은 신흥공업국의 중산층 소비자 규모가 2030년이 되면 미국과 유럽, 일본의 5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더 강하고 부유한 여성들

새롭게 부와 명예를 거머쥔 여성이 또 다른 거대한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힘겹게 얻은 사회적 지위는 권력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자는 여성의 입지가 올라가고 전 세계 부의 가장 많은 부분을 좌우할 때 여성의 기호와 선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어느 기업도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2030년에는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부유해지겠지만 취약한 두 부류가 있습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과 이혼 여성. 이 두 부류는 하나로 겹칠 때 많습니다.

　여전히 많은 여성은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차별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중국의 경우 박사학위가 있는 여성을 ‘제3의 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남성이 결혼하기 꺼리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중국의 잡지는 잊을 만하면 “능력 있는 직장 여성이 남자 친구에게 너무 독립적이지도, 또 너무 자신감 있게도 보이지 않는 데 꼭 필요한 도구가 바로 ‘사지아오(撒嬌)’다. 부끄러운 듯 귀엽게 아양을 떠는 기술”이라는 기사를 게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2030년 완벽한 양성평등이 이루어진 사회가 건설되리라는 견해는 다소 섣부르게 느껴진다고 저자는 판단합니다.



5. 도시, 변화의 최전선

도시는 다가올 미래의 축소판이 될 것입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행동 유형은 애초에 본질적으로 도시 지향적이고, 새로운 중산층은 대규모 복합단지에 살고, 여성은 도시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으며 성 관념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변화를 이끄는 거대한 구심점이자 우리가 아는 기존 세상을 무너뜨리는 촉매제인 셈이죠.

　도시 지역은 전 세계 토지의 1%를 점유하지만 전체 인구의 55%가 삽니다. 이런 도시는 전 세계 에너지 생산량의 75%를 소비하며 탄소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80%를 차지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에는 빛과 그림자가 상존합니다. 본질적으로 이중적인 도시 집합체는 집에 틀어박혀 TV나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과체중 인구로 가득 찰 것이고 이런 현상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아울러 많은 도시가 전문 지식을 갖춘 창의력 넘치는 사람의 집합소가 될 것이고 또한 오염과 혼잡, 안전에 관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후변화에 많이 노출된 도시는 깨끗한 물이 부족한 현상과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며 밀려오는 바닷물 때문에 고통을 겪을지도 모릅니다.



6. 과학기술이 바꾸는 미래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앞에서 예측한 2030년의 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와 환경 악화, 기후변화가 낳은 어려움을 감안하면 2030년 전에 개발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로 저자는 물이 필요 없는 화장실과 전자책을 꼽고 있습니다. 또 가상현실 기술에 기반한 치료법도 심리적, 인지적 만성 장애를 앓는 사람을 위해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울러 나노기술은 환경에 치명적인 일부 소재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주고, 3D 인쇄술은 자원을 적게 낭비하게 해주므로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은 일자리를 없애거나 우리의 사생활을 노출할 수 있는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저자는 오래된 기술을 새롭고 창의적으로 다시 사용하는 ‘바퀴의 재창조’를 소개합니다. 먼 옛날, 누군가 바퀴를 옹기장이가 사용하는 물레에 적용함으로써 매끄럽고 정교한 그릇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1770년대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의 축을 개량하고 둥근 원판을 추가로 달아 증기 엔진의 피스톤이 상하로 불규칙하게 오르내릴 때도 축이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는 증기기관차를 발명했습니다, 2010년대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한 회사가 발전소 안에서 전기가 원활하게 전달되도록 해주고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해 지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뉴욕 비컨 발전소에 처음 설치된 이 장치는 200개의 특수 바퀴로 이루어져 뉴욕주 하루 전략 사용량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0MW(메가와트)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특수 바퀴는 돌이나 강철이 아니라 경량 탄소섬유로 제작됐고 마찰을 줄이기 위해 진공실 안에 자석의 힘으로 매달려 있다고 합니다. 제트 엔진과 맞먹는 속도로 회전할 수 있고 그 가속도를 유지할 정도의 에너지도 저장할 수 있습니다.



7. 소유 없는 세상…공유경제

에어비앤비( Airbnb), 우버, 위워크, 쏘카….

2015년 9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벌어진 택시 기사들의 시위 모습. 이들 택시기사는 대중교통 플랫폼 기업 우버의 영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투쟁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공유경제는 직업과 직장, 소유와 소유권과 접근권 같은 개념을 뒤흔들며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모발일 기술로 연결된 사회 안에서 공유란 한때는 직업이나 업무라고 불렸던 것을 각기 다른 사람이 처리할 수 있도록 작은 부분으로 쪼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사람은 집이나 각기 다른 시간대에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사무실 공간에서 주어진 일을 처리합니다. 사유재산도 의미가 어느 정도 달라져서 역시 잘게 쪼개 접근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은 낮아지고 일종의 유연성도 생겨났습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는 문화는 더는 소유하지 않고 경험하고 향유하는 세계관, 공정한 경쟁, 더 단단해진 공동체 의식이라는 개념과 일치한다”고 분석합니다.

　에어비앤비의 최고경영자 겸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에어비앤비의 성공을 이끈 핵심은 우리가 감정 없는 사물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이다”고 강조합니다. 사용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에어비앤비는 젊은 여행자와 나이 든 집 주인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으니까요. 저자는 “공유경제사업을 시작한 사람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밀레니얼 세대와 노년층을 하나의 사업 안에서 엮어내는 날카로운 수평적 사고의 감각을 발휘했다”고 평가합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다룬 『업 스타트』를 써서 유명해진 브래드 스톤은 “위대한 기업을 세우고 싶다면 시대를 관통하는 진짜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 다르게 시장과 기술의 흐름을 바라보고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양방향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집이나 남는 방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할수록 숙소가 필요한 사람이 더 많이 에어비앤비에 모여들기 때문입니다. 존 레넌이 부른 ‘이매진’의 마지막 구절 “모든 사람이 함께 나누며 사는 세상”이 머지않아 올지도 모릅니다.



8. 암호화폐

2030년이 되면 세계에서 중요한 화폐 중 일부를 정부 당국이 아닌 기업이나 심지어 개인용 컴퓨터가 발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화폐를 암호화한 디지털 증표로 바꾸면서 시작됐습니다. 2030년이 되면 디지털 화폐만큼이나 블록체인 기술을 여러 분야에 적용하는 가능성도 중요해질 것으로 저자는 예측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예컨대 각종 공무, 지적 재산, 무역 거래, 위조 방지, 총기 규제, 빈곤 퇴치, 환경 보호 같은 다양한 분야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 기술 활용을 사람의 행동 변화와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라고 저자는 우리에게 주문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7가지 원칙

저자는 아마존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 제프 베저스의 말을 인용하며 수평적 사고의 7가지 원칙을 소개합니다. “새로운 흐름과 싸우고 있는가? 그렇다면 미래와 싸우는 것과 다름없다.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라. 그 흐름이 순풍이 되어 당신을 앞으로 이끌어줄 테니까.”

　저자가 소개한 수평적 사고의 7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멀리 보기 ②다양한 길 모색하기 ③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④막다른 상황 피하기 ⑤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낙관적으로 접근하기 ⑥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기 ⑦흐름을 놓치지 않기.



　세상은 계속 바뀝니다. 그것도 점점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도 함께 변하는 것. 바람이 바뀔 때 벽을 쌓는 사람도 있고 풍차를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벽과 풍차 중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선택은 우리 몫입니다.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