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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월드<23>멸종 위기를 맞은 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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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주변에 북극곰이 나타났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기지를 나설 때는 반드시 총기를 휴대하거나 차량을 이용해야 합니다.”

극지연구소 윤영준 박사는 다산과학기지가 있는 스발바르제도 스피츠베르겐섬 니알슨 과학기지촌으로 향하는 경비행기 안에서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북극곰의 출현을 경고했었다. 북극곰들은 유빙 위에 걸터앉아 해표를 노리는데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유빙이 없는 계절이 길어지고, 유빙 간 간격이 더욱 벌어지자 굶주린 북극곰이 기지 주변에 남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노르웨이는 총기 소지가 가능하다. 마을에 있는 총포상에 들렀을 때 상점 주인이 총기 없이 야외활동을 할 때 곰의 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사진을 보여줬다. 기자는 총 대신 사진을 샀다.


북극곰이 과학기지촌 주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자 야외 활동을 나가는 연구종사자는 총기 휴대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나 총을 들고 다닐 수는 없다. 기지촌에서 운영하는 사격장에서 총기 사용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사격장에 도착하면 교관은 북극곰으로부터 공격받은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군대를 다녀온 우리나라 남자라면 이골이 난 앉아 쏴, 서서 쏴, 엎드려 쏴 자세를 반복시킨 다음 실탄이 지급되고 표적지를 향해 실제 사격을 한다. 교관은 북극곰을 만나면 첫 발은 북극곰이 놀라서 달아나도록 발 앞의 땅바닥을 겨냥하라고 한다. 그래도 북극곰이 달아나지 않는다면 가슴을 조준해야 한다. 북극곰이 쓰러지면 마지막 확인 사살의 절차가 남아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북극곰에 대한 배려 차원이다. 그런데 100m를 12초에 내달리는 북극곰이 달려들 때 발 앞에 사격할 여유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니알슨 과학기지촌에 입주해 있는 외국 연구원들이 총기를 휴대한 채 야외활동에 나서고 있다.


마을 인근 북극곰 출현이 잦은 곳에는 경고판이 붙어 있다.


북극해를 끼고 살아가는 원주민에게 북극곰은 예로부터 경계의 대상이자 사냥감이었다. 원주민들은 사냥을 통해 식량을 확보할 뿐 아니라 모피를 얻었다.


북극에 들이닥친 온난화로 북극곰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개체 수 또한 급감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2008년 5월 북극곰을 지구 온난화로 인한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했다. 이는 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될 때 북극곰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상징적 의미이기도 하다. 온난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북극곰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취재진뿐 아니라 관광객이 다산과학기지가 있는 스피츠베르겐섬을 찾으면서 이곳 민간 항공사에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등장했다. 헬기를 이용해 북극곰을 찾아 주는 프로그램이다. 관심을 가지고 항공사 사무실에 앉아 비용을 물어보니 입이 딱 벌어진다. 1시간에 2만3000크로네 (1크로네는 우리 돈 140원 정도).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헬기 기장은 북극곰을 찾으려면 적어도 4시간 정도는 북극해를 돌아봐야 한다며 지도를 펼쳐 들었다. 북극의 상징으로 오랜 세월을 풍미했던 북극곰이 이제는 굶주림에 지쳐 사람을 공격하다가 죽음을 맞거나, 비싼 돈을 지불해야만 볼 수 있는 멸종 위기종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통해 이미 눈에 띌 정도로 진행되어 버린 북극 온난화의 심각성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마을 기념품 가게 앞의 북극곰 박제. 목에 걸려 있는 ‘PLEASE DO NOT TOUCH ME‘ 문구가 멸종 위기를 맞은 북극곰이 인간을 향해 외치는 절규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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