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대전 버스 공영차고지 설치
-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도 개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에서 수소로의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부산 기업도 속속 수소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친환경 설비 기업으로 유명한 파나시아다. 대부분 기업이 연료전지, 저장 용기, 밸브 등 수소 활용 부문의 부품 개발·공급에 주력하는 반면 파나시아는 일찌감치 수소경제의 시작인 생산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천연가스 또는 암모니아를 개질하는 수소 추출기,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를 개발하는 등 수소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달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의 파나시아 부스 모습. 파나시아 제공

파나시아는 부산 강서구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온사이트(On-Site) 수소 추출기 ‘파나젠’을 설치해 시운전 중이다. 파나젠은 액화천연가스(LNG)를 개질해 수소를 추출하는 장비다. 지난해 대전시와 수소추출설비 투자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해 내년 상반기 중 대전 낭월 시내버스 공영차고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소인 ‘부생 수소’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소이기 때문에 생산 원가는 저렴하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또 화학공장에서 생산한 수소를 충전소 등 수요처로 수시로 운송하는 불편이 따르고, 운송 비용을 더하면 공급가격이 크게 증가한다.

반면 파나젠은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곳이면 어디든 설치해 수소차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99.999% 고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최대 생산량은 하루 500㎏으로 대형 수소버스 20대를 가득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파나시아는 수소 추출기의 핵심 기술로 순도 높은 수소를 정제하는 고순도 흡착분리공정(PSA),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수성가스 전이 공정(WGS) 등을 100% 국내 기술로 개발 완료했다. 수소 추출에 사용하는 촉매를 수입에 의존하면 원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고, 수급 불안정으로 제때 대응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 연구기관, 기업과 촉매를 공동 개발하고 독점 납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정적 공급 기반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파나시아는 충전소용에 이어 건물용 소형 수소 추출기,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도 추진하면서 발 빠르게 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 LNG에서 추출한 수소를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로 전환하고 건물이나 가정에서 에너지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태양광 패널 등과 다르게 날씨 계절 설치 장소에 제약이 없고 상시 가동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개질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게 단점이다. 파나시아는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활용기술(CCUS)도 개발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90%를 포집해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기본 설계를 완료했고, 다음 달 바지선에 장착해 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파나젠과 연동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향후 선박용, 플랜트용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수전해 수소 생산 기술 연구에도 착수했다. 수전해 수소는 물을 전기로 분해해 얻는 수소로,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그린 수소’로 불린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최근 열린 수소 모빌리티쇼+에 참가한 이후 제품 문의가 잇달아 들어오면서 해상뿐만 아니라 육상에서도 기업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수소 산업은 신뢰할 만한 실적을 갖춘 회사가 극히 드문 초기 시장이지만, 우리 회사가 스크러버 등 대표 제품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축적한 화학공학 기술이 수소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