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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11-상> 동아플레이팅

‘스마트팩토리’ 롤모델 … 젊음과 활기 녹산공단에 불어넣다

  • 배길남·소설가
  •  |   입력 : 2021-08-24 20:00:4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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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산업’ 인식돼 온 도금업체
- 스마트팩토리로 새 비전 제시
- 작은 회사에 과분 직원들 반대

- 생산 전 과정 데이터 기록 관리
- 외국납품 부품 손상 사고 당시
- 바코드로 이력 확인해 누명 벗어
- 혁신 시스템으로 매출도 200%↑

- 이오선 대표, 시설·시스템 혁신
- 직원과 현장 소통 … 젊은이 북적

   
지역 동종 제조업체의 스마트팩토리 롤모델 동아플레이팅에는 연중 현장 견학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은 이오선(왼쪽) 대표가 회사 공장을 방문한 부산경남 제조업체 관계자들에게 스마트팩토리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청결한 현장과 첨단화된 생산·연구시설을 보고 놀라워했다 한다.
■안녕, 밥 묵었써요?

동아플레이팅㈜ 이오선 대표는 부산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먼저 강서구 녹산공단 청정표면처리센터에 위치한 동아플레이팅 본사를 운영하면서 부산청정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조합의 살림을 챙긴다. 그런가 하면 4개월 전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아 지역경제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12대 최저임금위원으로 위촉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이 대표를 만난 소설가 길남 씨는 그중에서도 가장 바쁜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다. 사무실과 공장, 협동조합을 오가면서 만나는 직원마다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묻기 바쁘다. “안녕! 근무 끝나겠네. 밥 무야지, 같이 갈래요?”

같이 걷던 협동조합의 강호근 상무가 귀띔한다. “저건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짜 성격입니다. 직원들 근무시간 하나하나 다 꿰고 있죠. 매일 저리 챙기니 직원들도 그러려니 하고 웃잖아요.”

“하하, 뭐라 합니까. 밥은 묵고 일해야지. 어, 지금 출근하나. 오늘 당직인가베. 밥은?”

   
이오선 대표는 2019년 4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이달의 기능한국인상을 받았다. 왼쪽은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장관.
대화 순간에도 해맑은 인사는 계속 이어진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일단 이 대표의 운영 마인드가 사람을 향해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런데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현장 직원들이 하나같이 젊고 활기차다. 요즘이야 ‘청정표면처리’란 단어를 쓰지만 예전엔 ‘도금’으로 불렸던 산업 분야다. 현재 도금은 일반 전자제품부터 자동차부품까지 모든 공산품의 ‘절대적 공정’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 생활 속에 일반화 돼 있다. 하지만 생산 공정상 발생하는 악취 폐수 등으로 인해 대표적인 ‘3D산업(Dangerous·Difficult·Dirty)’으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분야의 현장에서 젊음과 활기가 넘쳐나고, 직원과 대표가 스스럼없이 안부를 묻는다. 제일 먼저 질문할 부분이었다.

“직원들의 나이가 대체로 많이 낮은 것 같은데요. 또 얼굴들이 되게 편안하고 밝아요.” “맞지요. 어떤 분들은 ‘도금 회사에 뭔 젊은이들이 왜 이리 많노’ 하면서 놀란다니까.”

젊은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무실이 칙칙하다 하면 흰색으로 싹 칠했고, 노후화된 작업환경도 개선했다.

“직원들의 의견을 항상 들으려 노력했어요. 한 번은 직원들이 여행가고 싶다는 거예요. 공장 문 닫고 2박3일간 제주도로 모두 떠났지. 주위에서 미쳤다고 했어요. 하하하!”

■‘스마트팩토리’, 미래 비전 되다

   
2019년 4월 부산테크노파크가 주관한 조찬포럼에서 이오선 대표가 스마트팩토리의 고도화 전략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물론 복지만으로는 이런 활기가 100%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오선 대표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했다. 그 비전은 바로 청정표면처리산업을 위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이 대표는 2006년 일찌감치 ERP시스템(전사적통합시스템)을 도입했다. 연매출 7억, 8억 원의 도금회사에 생전 처음 듣는 시스템을 6000만 원이나 투자한다고 하니 모두 반대했지만 막상 적용해보니 ‘신세계’였다. 더 나아가 2015년엔 동종업계 최초로 MES(제조실행시스템)를 도입했다. MES는 생산 전 과정을 데이터로 기록해 관리하는 것으로,‘스마트팩토리’로 가는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입출고 되는 모든 제품에 바코드를 발급하고, 불량제품이 나와도 어느 공정에서 잘못됐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 MES의 득을 톡톡히 본 사건(?)이 있었다. “2017년 외국에 대량 납품한 부품이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일부 정밀부품에 표면처리 공정 중 한 과정이 빠진 채 납품됐다는 거예요. 공장에 외국인 한국인 할 것 없이 관련업자들이 몰려들었어요. 정말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막대한 손실에 회사가 쓰러지느냐 마느냐의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때 스마트 시스템이 빛을 발했다. 생산 전 과정을 복원해 보였고 제품이력까지 바코드로 자세히 확인해 보였다. 문제가 된 과정은 거래처 직원의 작업지시서 공정 누락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동아플레이팅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이 협력업체에 더 큰 믿음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MES에 스마트팩토리…. 처음엔 무슨 말인지 개념도 부족했다. 도금 공장하는 사람이 뭐 저런 걸 하느냐는 수군거림과 손가락질이 이어졌다. 그래도 이 대표는 특유의 결단력을 발휘했다. 결국 MES의 도입은 대성공이었다. 3년간 생산성 및 매출 200% 향상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다. 매출도 매출이었지만 시스템의 혁신은 회사를 위기에서 구했으니까.

■“진짜 왔네요?” vs “진짜 하네요!”

벌써 20년도 훨씬 넘은 이야기다. 이오선 대표는 잘 나가던 보험회사 소장까지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당시 도금산업에 종사하던 여러 고객과의 인연이 있었는데 금전적으로 얽히는 바람에 공장을 본의 아니게 인수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공장 운영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죠. 그냥 어느 정도 손해를 회복하려는 마음뿐이었어요. 물론 타고난 도전정신이 한 몫 한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애초에 모르는 길에 뛰어든 것만으로도 시련의 시작이었다. 사업자등록을 내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세무서의 담당자가 이 대표를 믿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도금공장이 어떤 곳인 줄 알긴 아냐는 거예요.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험한 공장을 젊은 여자가 운영한다고? 이거 위장 사업으로 사기 치는 거 아닙니까?’ 이러면서요.”

지금은 웃고 얘기하지만 그때는 심각했다. 몇 시간을 실랑이하다 결국 사업자등록증을 받아냈지만, 담당 공무원은 공장에 가서 직접 확인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새로운 사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이 대표는 한 달 후 공장으로 직접 찾아온 담당 세무원을 다시 만난다. 그때 나눴다는 이 대표와 공무원의 대화는 무척 짧고도 강렬했다.

“진짜 왔네요?” “우와, 진짜 하네요!”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도 있지만 이 대표의 사업 시작은 미약이 아닌 시련의 연속이었다. 직원들은 초보 사장을 따르지 않았다. 전날 협력사 수주를 받고 퇴근한 직원이 다음 날 그 수주를 갖고 다른 회사로 출근하는 식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열정이 통할 것이라 믿었다. 아침마다 커피믹스를 직접 타 건네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서서히 직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고, 몇 년의 노력은 안정을 가져오는 듯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2002년 환경오염물질 특별합동단속이 시행됐고, 당시 도금산업단지의 50여 개 공장 모두가 기준에 미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영업정지를 받은 빈 공장에서 이 대표는 난생 처음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마음 한 구석에서 오기가 함께 치솟아 올랐다.

“한편으로는 죽겠는데 한편으로는 이가 꽉 물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관련 업체 사람들을 싹 다 모았죠. 더 굳건한 회사 만들 테니 믿고 투자해 달라고.”

사람들은 ‘뭐 이런 깡이 다 있냐’ 하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그렇게 이오선의 청정표면처리사업은 제2막을 시작한다.

배길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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