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값 급등 등 어려움 호소
- 대출조건 완화 유동성 지원 촉구
- RG 발급·주 52시간제 개선 제기

대형 조선사가 연일 수주 소식을 발표하면서 ‘조선업 부활’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계는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원자재 가격 안정,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출조건 완화 등 대책이 없다면 조선산업 인프라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3일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서 2021년 제2차 조산산업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조선업 중소기업 협동조합 관계자, 한국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조선산업위원회는 조선업계 현안 점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한 중소기업중앙회 내부기구로 지난해 12월 출범했으며, 최금식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계의 주요 현안이 논의됐다. 대형 조선사는 2021년 상반기에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최대 수주량을 달성했지만,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원가 상승, RG(선수금 환급보증) 발급 실패로 수주 포기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기자재업체 선보공업의 대표인 최 위원장은 “조선사들이 지난해 ‘생존형’ 수주를 하다 보니 기자재 업체도 덩달아 저가 수주를 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 원자재 가격이 60~70% 오르면서 폭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올해 조선사 수주량이 많고, 친환경·스마트 선박 발주도 꾸준해 내년 상반기까지 버티면 장기 호황이 예상되지만 당장이 어렵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특례보증 확대, 신용대출 조건 완화 등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호황기 진입 전에 조선산업 인프라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영우 경남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RG 발급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RG는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했을 때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는 보험이다.

나 이사장은 “현재 건조 중인 선박 외에 다른 선박을 수주할 때 ‘한도가 소진됐다’는 이유로 RG를 발급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이 탓에 중소형 조선소는 일감 확보가 어렵고, 보증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경영난을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리조선업계는 주 52시간제 적용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귀동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해외 선주들은 국내 노동법을 고려하지 않는다. 또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싶어도, 날씨나 기온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무 특성상 사전 근로 일정을 세우기가 어렵다. 수리조선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주 52시간제 제외 업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