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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10-2> 해양항만기술회사 ㈜유주②

월파량 10배 저감, 공사비 20% 절감 … 기술혁신으로 TTP(테트라포드) 벽 넘다

  • 배길남
  •  |   입력 : 2021-07-20 18:49:0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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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국내 도입 테트라포드
- 잇단 단점 속출 … 제작비용 부담

- 타이셀 공법, 월내항서 첫 적용
- 구멍 뚫린 레고블록 합치는 원리
- 美·러시아 등 60개 국 특허출원
- 회파블록, 파도 넘치는 양 줄여

- “관행 벗어나 새로운 기술 고민
- 세계 표준공법 자리매김할 것”

   
부산 기장군 해양항만기술회사 ㈜유주의 김상기(오른쪽) 대표가 북항재개발 현장에 시공되는 타이셀 회파블록 방파제 현장에서 원통속 회파의 원리를 설명하며 회파블록을 점검하고 있다.
■방파제와 테트라포드의 역사

바다는 인류에게 도전과 기회의 장이었지만 파도는 끊임없는 골칫거리였다. 폭풍을 업은 파도는 아직도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자연의 형벌로 여겨질 정도니까. 작년에 몰아쳤던 태풍 마이삭의 파도는 무게 50t의 테트라포드(TTP)를 해안에서 수십 m 날려버렸다. 물론 이런 포세이돈의 변덕에 인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2000여 년 전 로마제국이 쌓은 방파제가 아직 남아 있고, 해군을 운용했던 삼국시대부터 방파제를 쌓았다고 추정된다. 이러한 방파제의 역사 속에 1949년 프랑스에서 ‘마름쇠’ 원리를 응용해 소파(消波) 목적으로 콘크리트 해상블록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1955년 일본 이와테 현 야기항에 처음 적용된다. 이것이 바로 TTP의 원조다. 국내에선 1974년 첫 도입해 특허료를 지불하고 생산한 이래 지금까지 TTP를 쌓아둔 방파제가 4400여 개에 이른다. 이런 TTP가 범용되는 이유는 대량 생산이 쉽고 아직 재고가 많다는 데 있다. 하지만 70년의 세월은 이 구조물의 단점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원통형 몸체의 미끄러움은 아무리 개량해도 실족·사망사고가 줄지 않고 있고, 얼기설기 쌓여 있는 모습은 위압감과 함께 주변 경관을 망쳤다. 쓰레기의 집산지가 돼 환경오염의 주범이 됐고, 엄청난 위력의 파도에는 곧잘 유실되곤 했다. 속수무책이었지만 새 방법을 찾지도 않고 비싼 비용을 들여 더 높이 쌓느냐 마느냐의 소모적 논쟁만 이어졌다.
   
2018년 태풍 콩레이가 닥쳤을 때 기장 월내항의 모습(왼쪽). 테트라포드(TTP)만 설치된 방파제는 월파가 되면서 TTP가 유실되기도 했다. 반면 TTP 앞에 설치된 회파블록 방파제는 파도를 막아냈다. 조사 결과 월파량을 10분의 1 이하로 저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TTP에서 해방된 방파제

소설가 길남 씨는 얼마 전 지역의 한 해안을 지나다 TTP가 설치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파도를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친수공간까지 확보되는 새로운 방파제 시공법이 개발돼 있지만 현실에선 큰 변화가 없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산더미처럼 TTP를 쌓아놓은 걸 보면 안타깝죠! 한 번 설치되면 50년 이상을 갈 텐데…. 공사비가 막대하게 들어가고 비효율적인 공법인데 말입니다. 물론 TTP 방파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려면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우리 기술을 널리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죠.”

해양항만기술회사 ㈜유주의 김상기 대표이사는 ‘안타깝다’는 표현을 했다. TTP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동해 후포항과 수산항 기준, TTP 40t 1개 제작 단가 160만 원에 운송비와 설치비 등에 95만 원이 추가된다니…. 1m 공정 시 1억2000만 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부산 기장군 월내항에는 처음으로 TTP가 없는 방파제가 설치돼 있다. 당시 유주의 핵심기술인 ‘타이셀 공법(Tie-cell method·2018년 해양신기술 인증)’이 최초로 적용됐다.

타이셀 공법? 처음 듣는다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레고를 떠올리면 원리는 간단하다. 구멍이 뚫린 작은 레고 블록들을 하나하나 모아 붙여 대형구조물을 만든다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작은 블록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구멍에 방수 비닐막을 넣고 콘크리트를 위에서 부으면 그만이다. 그것이 굳어지면 작은 틈까지 메워주는 결속기둥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소형블록으로 제작 가능하고, 소형장비로 설치할 수 있어 TTP에 비해 전체 공사비가 20%가량 절감되는 장점까지 있다.

타이셀 공법의 핵심은 물속에서 콘크리트를 칠 수 없다는 생각에 갇혀 이루지 못한 문제를 방수 비닐막 하나로 해결했다는 점이다. 알고 보면 간단한 이 해양신기술이 전 세계 바다를 TTP에서 해방시키며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현재 타이셀 공법은 미국 러시아 등 60여 개국에 특허 출원해 유주가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하나를 완성하니 유주의 다른 특허기술은 융합하며 계속 진화한다. 예를 들면 월내항의 타이셀 공법에 쓰인 방파제 블록은 회파블록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TTP에 비해 월파량을 10분의 1 이하로 저감시키면서도 더 한층 견고한 방파제로 완성됐다. 이 방파제에는 TTP처럼 울퉁불퉁하고 위험 공간이 없는 대신 시원한 경관을 자랑하는 새로운 친수공간이 생겼다. 더는 거대한 TTP가 날아다니고 소실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이런 신기술공법이 탄생, 혁신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도 국내 해안과 바닷가에 TTP가 텀벙텀벙 뿌려지고 있다.

“그동안 TTP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누구도 다른 곳을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 바로 곁에 진보된 공법이 나와 새로 설치되고 실제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않습니까. 관행은 이제 신기술·신공법으로 대체돼야 합니다. 그래야 이 기술이 널리 퍼져 전 세계 표준공법으로 자리매김하지 않겠습니까.”

다행히 칠암항과 월내항 방파제의 성공은 다음 시공으로 이어졌다. 입소문이 퍼져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근데 처음엔 한결같이 기술 설명을 듣고도 실적만 물었다고 했다. “그래서 칠암항 월내항 있지 않느냐고 당당히 대답했죠. 그래서 수주를 받아 완공하면 또 성공 케이스가 추가되고. 서서히 연결이 시작됐죠. 하하!”

이런 시공 실적은 실제 효력을 발휘했다. 죽도 물양장에 이어 가덕도 대항항, 광안리해수욕장, 서구 암남공원 등 부산 곳곳에서 유주의 새로운 방파제가 생겨나 위력을 발휘했다.

무대는 더 넓어져 전북 전남 제주 등 20여 곳에서 설계 및 공사가 마무리되거나 진행되고 있다. SNS의 위력이랄가. 최근에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쿠웨이트 등 외국 발주기관에서도 유튜브를 보고 연락이 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혁신적 기술의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진화

   
테트라포드 공법에 비해 매립면적이 현저히 적고, 해변을 따라 흐르는 연안류의 방향과 태풍이 칠 때 파랑의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다.
김상기 대표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그가 바라보는 바다에는 분명 수많은 그림이 그려질 터였다.

“요즘 해수욕장마다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수중방파제를 많이 설치합니다. 송도해수욕장에서 제일 먼저 설치했죠. 처음 공사 참여했을 때는 엄청 깨끗해서 물속이 다 보였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1m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수질 오염의 원인은 TTP에 쌓인 해양쓰레기들이었다. 그 결과 해변을 따라 흐르는 연안류의 소통도 함께 막혀버렸다. 김 대표가 방파제 그림 하나를 슬쩍 내보인다.

“타이셀 기둥을 세우니 TTP에 비해 매립면적이 상당히 적군요. 그런데 회파블록 부분이 둥글게 파였네요?”

“네. 그래서 이름이 반구형 회파블록 방파제죠. 해변을 따라 흐르는 연안류의 방향과 태풍 시 파랑의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했어요.”

해류의 소통은 원활하게 하면서도 태풍에 의한 모래유실도 막는, 새로운 형태의 수중방파제 기법이 었다. 문득 매일 새벽까지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개념도를 그린다던 김 대표의 말이 생각났다. 유주의 특허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귀갓길에 오른 소설가 길남 씨. 광안대교를 넘어가던 중 그는 바다를 흘깃 바라본다. 요트가 떠다니는 저 바다에도 TTP를 바닥부터 까는 수중방파제 또는 부유식 방파제를 세우자는 말들이 함께 떠다녔다. 길남 씨는 과연 무엇이 훨씬 더 나을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부산발 기술 유주의 이야기는 다음 회에 이어진다.

배길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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