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료사진 : 취업박람회 모습. (국제신문 DB.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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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거주하며 관광·여행 관련 중소업체에 재직 중인 38세 직장인 권모 씨. 급여나 복리후생이 대기업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보람을 느끼며 14년간 근무해 왔다. 그 배경에는 ‘전공(항공관광학)과 관련된 일을 하며 지역경제 발전에 조금이나마 일조한다’는 자부심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권 씨는 이달 말 직장을 떠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비자발적 퇴사’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회사 경영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관광·여행업의 특성상 회사 내 권 씨의 연령은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생각하지도 못 한 권고사직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권 씨는 동종 업계 내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광·여행업이 극도의 침체를 겪는 탓이다.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해 왔기 때문에 생소한 업종에 다시 도전하는 것도 힘들게 느껴진다.
권 씨는 퇴사를 앞두고 큰 결심을 내렸다. 재취업 대신 창업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권 씨는 “전공을 계속 살리고 싶은 마음에 여행 관련 소개·중개업을 준비 중”이라며 “하지만 해당 산업 자체가 워낙 불황을 겪고 있어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법인 창업 4%↑…개인 창업은 43% 급증
최근 부산의 창업기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창업 증가는 지역경제 활력 차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간주된다. 창업 열기가 그만큼 뜨겁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경제 위기나 고착화·장기화된 고용 부진 상황에서는 마냥 기쁘게 볼 수 만은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권 씨의 사례처럼 비자발적 퇴사자가 재취업에 난항을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창업 전선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17일 국제신문이 국가통계포털에 공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부산의 창업기업(개인 창업 기준) 수는 8037개로 지난해 4월(5598개)보다 2439개(43.6%) 급증했다. 올해 1월(-5859개)과 2월(-949개)에는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였으나 3월 1228개 늘어난 데 이어 4월에는 증가 폭이 더 확대됐다.
부산의 법인 창업도 지난해 4월 564개에서 올해 4월 590개로 증가세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증가율(4.6%)은 개인 창업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난 4월 전국의 개인 창업기업 수는 11만9386개로 1년 전(9만4225개)보다 2만5161개 증가했다. 증가율은 26.7%로 이 역시 부산(43.6%)보다 높지는 않았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 대책 마련돼야”
창업 증가를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벤처 등 청년층 중심의 스타트업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종별로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 4월 부산의 개인 창업을 업종별, 특히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보면 ▷숙박·음식점업(57.2%) ▷예술·스포츠·여가업(43.8%) ▷운수·창고업(21.1%) 등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서 눈에 띄게 증가했다.
물론 부동산업의 창업도 지난해 4월 1363개에서 올해 4월 2733개로 100.5% 급증했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등 경기 흐름과 상관 없이 부동산시장에 대한 관심이나 열기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부산지역 주택가격은 역대급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개인창업이 감소한 업종도 있다. 지난 4월 ‘사업시설 관리 및 임대 서비스업’의 창업기업 수는 212개로 지난해 4월(274개)보다 22.6% 감소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창업 열기가 지속되는 것은 고용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