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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10-1> 해양항만기술회사 ㈜유주①

부산 해안의 놀라운 변화들, 경험과 상상으로 고정관념 깨다

  • 배길남
  •  |   입력 : 2021-07-13 19:42:23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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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주만의 신공법 회파블록 개발
- 칠암항 50m 구간 첫 시범 시공
- 설치부분만 태풍 피해 없어 효과
- 기존 테트라포드보다 비용 절감

- 김상기 대표, 방파제 연구 몰두
- 타이셀공법 등 특허기술만 30개
   
해양항만기술회사 ㈜유주 김상기(왼쪽) 대표가 예전에 시공한 부산 기장군 죽성마을 회파블록을 점검하며 회파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죽성성당 세트장이다.
■해안에서 테트라포드 사라진다면

여름이면 부산의 해변은 활기를 띤다. 소설가 길남 씨도 며칠 전 가족과 함께 집 부근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았다. 더위와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모처럼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근데 요즘 광안리의 환경이 무척 좋아졌다. 해변의 양끝이 모두 정비돼 아주 쾌적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특히 삼익비치아파트 앞 부근은 시멘트 구조물과 담이 둘러쳐져 항상 뒷골목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뛰어 놀고 가족·연인이 산책하는 친수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담이 없어지고 바다를 바라보는 계단식 스탠드가 생겨 마치 외국의 유명 해변처럼 느껴질 정도다.

   
파도가 원통구멍으로 돌아나오며 파도끼리 맞부딪히게 하는 원리다.
해변의 노후 호안(護岸)이 문제가 돼 새로 정비를 한다는 뉴스를 종종 봤는데, 막상 눈으로 확인하니 여간 좋지 않다. 틀에 박힌 테트라포드(TTP· 4개의 뿔 모양으로 생긴 콘크리트 블록)가 해안에서 사라지고 이렇게 공원이 생기니 더없이 상쾌한 느낌이다. 공원 끝까지 걸어가니 코너 쪽은 여전히 TTP와 시멘트 담이 자리하고, ‘TTP 위 낚시금지’ 표지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문득 저 TTP가 여럿 다치게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실제 친구 형님 한 분은 그 위에서 낚시하다 실족해서 크게 다쳤고, 선배 소설가 한 분도 굴러 떨어져 생사를 헤맸던 적이 있었다. 미끄러운 데다 지지대나 손잡이가 없으니 추락 이후엔 완전히 블랙홀이었다고 했다. 혼자 빠져나올 수 없어 다리가 부러진 채 몇 시간이나 고함을 질러 겨우 구조받았다는 얘기였다. 아무튼 위압적이고 위험한 데다 풍경도 좋지 않은 TTP가 사라지고 해안이 친수공간으로 바뀌는 것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풍경의 변화에 반가움을 느낀 건 오늘뿐이 아니다. 취재로 자주 찾았던 기장 죽성 해안의 최근 변화는 소설가를 크게 놀라게 했다. 드라마 세트장으로 조성된 죽성성당에 밀려 뒷전이던 고산 윤선도의 황학대가 새로 꾸며졌고, 좁은 해안길은 시원하게 틔어 있었다. 기장해변에서 유일하게 바위가 드러난다는 죽성 앞바다는 TTP의 담이 사라져 이제야 제대로 된 풍경을 뽐내고 있었다. 워낙 빼어난 풍경에 떠나는 차창으로 다시 바라본 죽성 해안은 TTP대신 동그란 구멍이 쭉 배열된 방파제 블록으로 새로 정비돼 있었다.

광안리 해변을 걷던 소설가는 죽성 방파제가 생각나 친수공원 쪽을 바라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동그란 구멍이 줄줄이 박힌 형태의 방파제 블록이 아닌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해물과 전복죽으로 유명한 기장 연화리의 죽도에서도 그런 블록을 봤던 적이 있다.

“방파제 하나 바뀌었는데 환경이 저렇게 달라지는구나…. 공간이 넓어지고 눈앞이 훤해진 이유가 따로 있었네.”

이제 저런 방파제가 있는 곳이 친수공원이란 공식마저 어렴풋이 생길 지경이다. 길남 씨의 지나가는 한마디에 아내가 대꾸한다.

“그런데 오빠, 붕장어 취재 갔던 칠암에도 저런 방파제가 있지 않았나?”

그러자 잊고 있던 이미지가 확 떠오른다. ‘도란도란 칠암마을’이란 책의 공동저자로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취재 차 칠암항의 야구등대에 들렀는데, 마을 쪽 물양장의 풍경이 오묘했다. 횟집과 마을을 둘러싼 물양장 오른쪽 일부는 TTP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고, 왼쪽 반은 한 일(一) 자로 정연히 정리된 구멍 뚫린 블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반은 지저분하고, 반은 너무 깔끔하고. 와 저렇노. 할라믄 다 했뿌지.” 아무것도 모르는 소설가는 무심코 중얼거렸었다. 그때 그 질문의 답을 들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솔직히 하지 못했다. 근데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그 답을 듣는 일이 실제 일어났으니.

■회파블록과 50m의 기적

   
광안리 삼익비치 해변에 회파블록을 설치한 후 쾌적한 친수공간으로 변했다.
“그 블록 이름이 회파블록입니다. 원통 구멍으로 들어온 파도가 되돌아 나와서 파도끼리 맞부딪히는 원리죠. 말씀하신 칠암항 회파블록에는 재밌는 사연이 있어요. 칠암 해변의 한 횟집 주인은 자기 집 앞에는 죽어도 TTP를 놓을 수 없다고 끝까지 싸웠다는 거예요. 칠암항의 반쪽에 TTP가 설치되다 뚝 끊긴 이유죠.”

소설보다 훨씬 재미난 이야기로 소설가를 홀리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는 오늘의 주인공인 해양항만기술회사 ㈜유주의 김상기 대표.

먼저 칠암의 이야기부터 마무리하자. 그 횟집 주인 덕분에 TTP가 놓아지지 않아 조망권을 지킨 것은 좋았으나, 이후 파도가 조금만 드세도 밀려오는 쓰레기는 최고의 골칫거리가 됐다. 덕분에 기장군 건설과 수산과 직원들은 골머리를 싸매야 했다. 특히 태풍이 다녀간 다음날엔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쌓여 그걸 치우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그때가 ㈜유주에서 회파블록 등의 신공법을 설명하며 한창 영업을 할 때였어요. 원래 대한민국 공공기관에선 검증되지 않은 신공법 채택하는 걸 주저하잖아요. 하여튼 태풍 후 공무원들이 쓰레기 치울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참다 못한 공무원들이 그래서 저희더러 시험 시공을 해보자고 해서 딱 50m만 했죠.”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유주의 회파블록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아 엄청난 효과를 입증했다. 때마침 찾아온 태풍에 온 마을이 쑥대밭이 됐지만 그 50m 구간만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했던 것이다.

“그 구간의 횟집만 장사가 너무 잘 되는 거야. 당연히 그곳 길만 너무 깨끗했거던요. 그러니까 다른 집에서 다 들고 일어났지. 왜 저기만 다른 시공을 했느냐면서 따지는 거예요. 하하하!”

50m의 기적은 500m로 늘어났다. 칠암의 남은 해변엔 모조리 회파블록이 들어섰다. 심지어 TTP에 비해 공사 비용까지 대폭 절감됐다는 드라마틱한 결말이었다. 칠암 야구등대에서 봤던 물양장 방파제 반반 풍경은 그렇게 탄생했던 것이었다.

■경험과 상상이 만든 특허기술

   
붕장어회(아나고회)로 유명한 기장군 칠암항 물양장의 회파블록 시공 전후 모습.
사실 칠암의 회파블록은 ㈜유주의 특허기술 중 극히 일부만 적용된 사례다. ㈜유주의 신기술 및 특허는 ‘회파블록’을 포함해 10년간 항만 건설현장에서 널리 우수성을 입증한 ‘무(無)들고리 공법’, 모든 해양구조물에 응용될 수 있는 원천 기술인 ‘타이셀 공법(Tiecell method)’, 각각 분리된 블록들을 상하좌우로 수중에서 결속해 구조물과 지반까지 일체화시키는 ‘천공 타이셀 공법’ 등 무려 30여 개의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랄 게 뭐 있나요. 잠시 멍 때리며 제 마음속의 진열대에 수많은 경험과 상상을 놓아둡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붙였다 떼었다 머릿속 실험을 하죠. 일이 아니라 재미난 게임인 셈입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하루의 일상이 계기가 돼 아이디어가 수없이 연결돼요.”

경험과 상상 그리고 일상이 아이디어의 원천이란 얘기. 소설가는 잠시 놀란다. 어쩌면 소설쓰기와 이렇게 닮아있을까. 소박한 말 속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 잠시 고개를 끄덕여본다.

얼마 전 ㈜유주가 260억 원에 체결했던 경기도 마리나 사업의 특허협약에는 이렇게 개발된 10여 개의 특허기술이 포함돼 있다. 김 대표의 남다른 상상의 책장이 방파제 블록 시공의 혁신이라는 황금알은 낳은 셈이다.

자, 다음 편에서 경험과 상상이 만들어낸 ㈜유주의 놀라운 행보를 계속 좇아보기로 하자.

배길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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