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출시된 ‘곰표 맥주’는 출시와 동시에 대박을 터트리며 품귀 현상을 일으켰다. 워낙 인기가 많아 구하기 힘든 탓에 편의점을 수소문하러 다니는 ‘맥주 원정대’를 양산하기도 했다. 맥주업체와 타 기업 간 콜라보 작업이 활발해진 것도 이때쯤부터다. ‘콜라보 맥주’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수제맥주 업계의 새 물결이기도 하다. 새롭고 독특한 건 언제나 매력적이고 짜릿한 법. 소장 욕구와 호기심을 자극한 화제의 콜라보 맥주 2종을 먹어봤다. 음식은 그날의 기분과 분위기,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맥주도 그렇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란 소리다.
①‘곰표 맥주’ 찾아 삼만리
CU와 세븐브로이, 대한제분이 함께 만들었다.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 캔이 완판되며 단숨에 ‘인싸템’이 됐다. 백곰 캐릭터로 대표되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포장지를 캔 디자인에 활용해 레트로 감성마저 살렸다. 그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다시 시중에 물량이 풀리는데, 일부 점포의 사재기를 막기 위해 매장당 일일 발주량을 12캔으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 역시 맥주 원정대에 합류해 지난여름은 동네마다 CU를 찾아다니며 곰표 맥주를 수소문했다. 제품을 구하려고 안달이 난 건 ‘허니버터칩’ 과자 이후 처음이었다. 갖은 노력에도 도무지 구하지 못하다가 구매 의욕이 한풀 꺾인 늦가을 수중에 넣었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보리를 들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 백곰 캐릭터와의 조우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곰표 맥주는 독일산 밀 맥아와 국내산 밀가루로 만든 밀맥주다. 패션프루트·복숭아·파인애플 추출물이 들어갔다. 맥주를 향한 그리움의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탓인지, 첫인상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특히 향수처럼 강한 패션프루트 향이 혀를 마비시켜 다른 맛을 느낄 틈이 없었다.
강렬했던 첫 만남 이후 여러 날이 흘렀다. ‘가라앉은 효모를 잘 섞어 드시면 진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곰표 맥주의 설명문을 뒤늦게 발견하고 두 번째 시음을 시도했다. 결과는…. 캔을 흔들지 않았다면 또 서운할 뻔했다. 첫 번째는 치킨과, 두 번째는 먹태와 곁들였는데 안주도 맛에 큰 영향을 끼친 듯하다. 마른안주와 더 어울린다.
최근 CU는 곰표 맥주의 인기와 힘입어 ‘말표 맥주’도 내놨다. 여름을 겨냥한 ‘곰표썸머에일’이 출시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②이것은 껌인가 맥주인가 ‘쥬시후레쉬 맥주’
CU에 곰표 맥주가 있다면 세븐일레븐에는 더쎄를라잇브루잉과 협업한 ‘쥬시후레쉬 맥주’가 있다. 과거 ‘롯데 껌 삼총사’(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후레쉬민트)로 익숙한 이름이다. 역시 껌 포장지에 사용했던 노란 배경과 글씨체 등을 맥주에 그대로 가져왔다. 독특함을 좋아하는 MZ세대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쥬시후레쉬맥주는 껌 원액을 그대로 담아 청량한 과일 향을 살린 라거 맥주다. 우선 맥주 이름을 듣고 상상한 그 맛이 맞다. 액체로 된 알코올 성분의 껌을 마시는 느낌이 강하다. 맛이 재밌고 가볍게 마시기도 좋아 지인에게 선물할 의향이 아주 많다. 단, 이 맥주는 배불러서 안주 생각은 딱히 없지만 달달한 알코올은 마시고 싶은 날 ‘깡’으로 먹는 게 더 좋다. 껌을 씹으면서 과자나 밥을 함께 먹은 적이 있는지? 바로 그 이유에서다.
세븐일레븐의 파격 행보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골뱅이 캔 브랜드인 유동골뱅이와 협업한 ‘유동골뱅이 맥주’가 시작이다. 고추장 설탕 식초 등을 조합해 매콤달콤새콤한 양념장을 끼얹은 골뱅이무침과 어울리는 맥주로 만들려고 달달하고 고소한 맛을 강조했다고 한다. ‘우려’와 달리 맥주에서 골뱅이 맛은 나지 않는다고 하니 걱정은 금물. 마셔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이 맥주 역시 품귀현상을 빚는 중이라 아직 구하지 못했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