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력 부족·‘비수도권 홀대’ 드러나
- 통합개발추진協 긴급 회의 열어 성토
- “장관 내정자가 입장 정리해야” 주장
- 정치권도 특단의 대책 마련 목소리
- 결자해지 없으면 사업 악영향 우려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에 대한 해양수산부 감사(국제신문 26일 자 2면 등 보도)가 결국은 중앙정부와 지역사회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단순한 정책 점검 차원을 벗어나 이 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에 지역사회뿐 아니라 정치권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최초의 항만재개발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26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북항재개발홍보관에서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의 공공콘텐츠 구축사업의 용역 중단과 관련해 시민대표로 구성된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협의회가 긴급회의를 열고 있다. 이호형 프리랜서

최근까지 진행된 해수부의 행보를 보면 이런 정황은 명백해진다. 우선 지난달 중순 ‘트램(노면전차)’ 등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의 공공콘텐츠 구축사업에 대한 용역 보류 지시의 경우 통상적인 감사 절차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당시 해수부는 사전 자료 조사라는 명목으로 구두통보만 했을 뿐 구체적인 감사계획서도 보내지 않았다. 본 감사는 26일 시작됐으니 해수부가 그 전에 어떤 구실로든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이하 추진단)의 과오를 찾으려 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 나아가 해수부는 효율적인 북항 통합개발을 위해 지역 전문가로 구성된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협의회’(이하 추진협의회)의 의견 수렴마저 원천 봉쇄했다. 추진협의회는 일련의 해수부 조치와 관련해 26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으나 해수부로부터 ‘회의개최 지원 불가’ 및 ‘장소 불허’ 통보를 받았다.

이날 장소를 바꿔 북항재개발홍보관에서 열린 추진협의회의 긴급 회의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논의됐다. 위원들은 해수부의 행태가 추진협의회의 활동을 물리적으로 방해한 데 이어, 부산시민의 합리적 문제 제기를 폭력적으로 막으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원희연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트램 실시설계 용역 중단에 대해 해수부의 설명이 전혀 없는 배경, 감사 이후 전체 사업을 왜곡하는 이유, 관련법상 문제가 없는 데도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요구하고 있는 점 등 세 가지 사항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철환(동서대 교수) 부위원장은 “부산의 100년대계인 북항 재개발 사업에 대해 해수부가 지역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도 부족할 상황인데 석연찮은 이유로 딴지를 걸고 있다”며 “추진협의회가 부산시민의 대표 조직인 만큼 이번 사태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해수부는 이번 감사가 ‘정상적인 업무’라며 수수방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또 현재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며 “절차상 하자 치유과정” 등 본질을 벗어난 입장만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해수부의 행정력 부족과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비수도권 홀대’가 이번에 여과 없이 표출됐다는 비판도 거세게 제기된다.

이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최인호(부산 사하갑)·안병길(서동)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해수부에 엄중 항의하며 다음 달 4일 예정된 박준영 해수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에서 북항 재개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촉구할 예정이다.

시민사회는 빠른 시일 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할 중앙정부와 지역사회 간 갈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든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원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직접 피해자는 결국 부산시민이다”며 “합리적 해결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해수부가 결자해지하는 것이다. 박 장관 내정자가 청문회에서 부산항 북항 재개발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창현 임은정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