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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5> 선보엔젤파트너스

숨은 보석 부울경 스타트업 생태계 변혁 이끌 ‘글로벌 등대’

  •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  |   입력 : 2021-04-06 19:17:4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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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찬 대표 선보공업서 일하다
- 美 위스콘신대학서 경제학 공부
- 급변하는 사회 맞춰 신사업 도전

- 지역기업 창업 투자 전문으로
- 미래기술 유망기업과 상호협력
- 현대공업 등서 20억~30억 투자

- 한국 신기술 시장 넓히기 위해
- 싱가포르·독일 현지법인 설립
- ‘라이트하우스 …’ 1200억 펀딩
- 바이오 등 먹거리 진출 길 열어
   
글로벌 화학기업 독일 BASF에서 기술협력 회의를 하고 있는 최영찬(오른쪽 두 번째) 대표. 이제 그의 발걸음은 전 세계로 향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을 읽다

선보공업㈜ 최금식 회장의 아들, 최영찬(41). 최 회장의 1남 1녀 중 딸은 일찌감치 회사 일에 관여치 않을 것을 결정했으니 후계자는 그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2·3세 경영에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진 것은 지분 상속보다 핏줄이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이 기업의 지속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능력 말이다. 그런데 취재 중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굳이 찾은 이유다.

   
선보엔젤파트너스 최영찬(앞줄 오른쪽) 대표가 카타르 최대 국영은행 QNB 관계자와 아시아펀드 조성 협의 후 자리를 함께했다. 뒷줄 왼쪽 두 번째가 최 대표의 부친인 선보공업 최금식 회장.
선보엔젤파트너스㈜. 최영찬이 창업하고 대표이사로 경영하고 있는 회사다. 개념도 생소하고 공업과 인연이 있을까 싶었다. 성장과정부터 물었다. 태어나고 자란 부산에서 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해 수업 없는 시간은 선보공업 생산직으로 공장에서 일했다. 서둘러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뜻이었는지 물었더니 현장을 알고 싶었단다. 3년쯤 일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2013년 귀국해 세 번의 창업으로 기업경험을 쌓은 뒤 선보공업 신사업팀 차장으로 재입사했다. 당시는 국내 조선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였다. 선보공업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기에 위기의 정면에서는 비껴 나 있었지만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신사업을 검토하다가 2016년 선보엔젤파트너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더욱 더 다양한 신사업에 도전하고 싶은 뜻이었는데 부친인 최금식 회장도 동의하고 지원했다. 자식이어서가 아니라 급변하는 세상에 대처할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절실함이 컸기 때문이다.

■신뢰와 협력을 이끌다

   
싱가포르 NTU(난양이공대학)에서 기술투자 회의을 마치고 포즈를 취한 최영찬(왼쪽 세 번째) 대표.
“이전까지의 산업은 토지·노동·자본의 결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인재·정보가 산업을 이끌어갑니다.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지요.” 비슷한 이야기는 신문에서도 날마다 읽을 수 있지만 일반 독자에게 실질은 불투명하다.

미국 MIT(메사추세스공대) 석·박사 출신인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공학과 박혜성 교수는 나노 복합소재로 백금 촉매제를 대체할 신소재를 개발 중이다. 백금은 귀금속이지만 금보다 귀금속으로서의 값어치는 떨어진다. 그러나 배기가스를 저감하는 촉매제 등의 산업용 소재로 사용되며 그 가치는 금을 능가하기도 했다. 그걸 경제성 높은 신소재로 대체하는 기술은 수소연료전지 시장으로까지 연결되니 미래산업으로의 전망은 매우 밝다.

1947년 창업한 조광페인트㈜는 부산의 대표적 지역기업 중 하나다. 그런데 전통적 도료산업에 정체되어 그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웠다. 눈 밝은 젊은 후계자는 고민이 깊었다. 최영찬은 그 둘을 연결해 ‘리포마(RIFORMA)’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즉 박 교수의 연구에 선보엔젤파트너스와 조광페인트가 공동 투자해 연구를 지원하고 생산까지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고무적이지만 따져보고 싶은 점이 하나 있다.

우선 그처럼 대단한 기술이면 개발자가 자금을 끌어들여 생산까지 이어갈 수 있지 않으냐는 의문. 이에 대한 최영찬의 대답. “특정부분에서 톱(Top)은 다른 부분에서는 낙제점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그렇게 집중하니 최고가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시장을 개척해 매출로 이어가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은 지난하기에 그걸 혼자서 해나갈 수 없다는 것이고, 그에 수긍하면 협력으로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의 전형이다.

그럼 기술개발에서 생산 매출로 이어져 수익이 발생하기까지의 시간 규모는. 모든 미래는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그럼에도 협력과 투자가 성사되려면 높은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더군다나 수익이 가시화되기까지의 시간은 7, 8년에 이르기도 하는 투자다. 최영찬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기업의 후계 경영자들을 주목했다. 세간의 가벼운 눈길과 달리 다수 후계자는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한다. 그들과 국내외 학자, 창업자들의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토론하고 공부하며 저마다의 특성에 맞는 미래기술에 초점을 맞추게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한 신뢰로 대표적 지역기업인 현대공업㈜, 오토닉스㈜를 비롯한 15개 기업이 평균 20억, 30억 원을 투자해 현재 선보엔젤파트너스와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의 펀드 규모는 1200억 원에 이르고, 20여 개 기업이 신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 시작과 신뢰 형성에는 최금식 회장을 비롯한 선대 지역기업인들의 상호 신뢰가 밑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고립된 섬, 대한민국

“우리나라 연구진과 기술, 생산 능력은 세계적으로 톱클래스입니다. 문제는 섬처럼 고립된 대한민국의 시장이 작다는 겁니다. 결국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성공할 수 있는데 그건 또 다른 영역이고 전문적인 정보와 인재가 필요합니다.” 최영찬의 말은 단순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계 수많은 시장과 기업 중 신기술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대와 파트너를 찾고 현실화시키는 것에는 정확한 정보와 미래를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결정력, 그 모든 것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인재의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동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다. 협력의 네트워크 형성이 원활하지 않은 밑바탕이다. 반면 유럽 기업은 산업혁명 이후 상호협력을 통한 공동발전의 전통이 뿌리 깊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전 세계에 뿌리내린 화교를 기반으로 국경 없는 산업과 기업의 허브가 되고 있다. 최영찬은 그에 주목해 2019년 싱가포르, 2020년 독일, 2021년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80여 개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는 그가 2017년 설립한 벤처캐피탈 회사로 현재 1200억 원의 펀드를 통해 50여 개 벤처회사에 투자해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그저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 금융자본쯤으로 생각하면 안일한 오해다. 인류의 삶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에너지 산업, 나노 통신위성, 차량용 위성통신 모듈, 2차 전지 핵심소재를 비롯하여 대사항암제와 표적항암제 신약 개발, 척수신경 재생치료제, 급속냉각을 이용한 무약품 초고속 마취기기 등 바이오산업, 국내 유망 먹거리산업의 해외진출, 운송, 엔터테인먼트 사업에까지 다양한 투자와 네트워크 연결을 지원한다.

감히, 최영찬 그에게서 부울경 지역의 등대를 기대해본다. 일주일 중 월·화요일 이틀은 서울에서 글로벌 업무를 본다. 수요일부터는 부울경을 중심으로 지역을 돈다. UNIST,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는 주요 기술파트너다. 선보엔젤파트너스와 라이트하우스의 주요 투자기업에는 부울경 지역기업이 다수다. 콘텐츠 기술 물류가 하나의 벨트로 연결되는 지역 특성 덕분이다. 토·일요일 부산에서 머무는 동안에도 온전한 휴식은 아닌 듯싶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10분만 쉬자더니 독일과 화상회의를 가졌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지역정부의 관심, 아니 파트너십이 등대의 빛을 더 환하게 밝히지 않을까 싶다.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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