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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4-상> 선보공업

현장서 찾아낸 선박기술 혁신… 비결은 끊임없는 생각의 힘

  •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  |   입력 : 2021-03-16 19:12:3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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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남영공업 상호로 창업해
- 소음기·연료공급유닛 등 제조
- 선내서 기자재 조립하는 법 대신
- 통째 모듈로 장착하는 방식 개발
- 세계적 해양모듈기업 도약의 꿈

- 한독직업학교 출신 최금식 회장
- “현장 인력들 사고력을 키워야
-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술 진보”

   
선보공업㈜은 작업 착수 전 필요 자재의 100% 준비상태를 확인해 최고의 생산성을 유지한다. 벙커C유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퓨리파이어 유닛 앞에서 웃으며 엄지 척을 해보이는 최금식 선보공업 회장.
■바다의 선물, 배가 보석이다

부산 울산 경남의 해안선을 돌면 바다가 앞마당이구나, 생각된다. 과연 바닷가 시장마다 풍성한 해산물은 스쳐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지니 부럽다. 그런데 경제가 어렵단다. 코로나와 같은 특수한 사정에 의한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꽤 오래된 하향 추세이고 회복가능성에 고개를 저으며 절망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지난 1월 발표된 ‘2020부산사회조사’에 따르면 부산시민 73.7%는 ‘부산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희망을 말한다. 그저 고향이거나, 태어나고 자란 연고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 바다가 주는 넉넉함과 그에서 비롯된 인심, 풍광 등 여러 요인의 복합일 것이다. 그렇지만 인구는 줄어든다. 특히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청년의 비중이 크니 경제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더욱 실감된다.

‘배(船·선)’를 ‘보석(寶·보)’으로 여겨 ‘선보’로 이름 지은 선보공업㈜ 최금식 회장은 “부산은 노동집약산업에서 기술집약산업으로 변하지 않으면 망합니다”는 단언으로 부산경제를 진단한다. 쉽게 할 수 있고 많이 들어온 얘기지만 현장에서 작업복을 벗지 않고 키워온 기업 대표의 단호함이기에 머릿속이 찌릿하다.

그는 현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의 전신인 부산한독직업학교(2회)를 졸업하고 육군 전역 후 조선사에서 근무하다 서른 중반인 1986년 남영공업이라는 상호로 창업했다. 5년 만인 1991년 소음기(Silencer)에 이어 1993년과 1995년 각각 연료공급유닛(Fuel Oil Unit), 선박 엔진용 연료오일정화유닛(Fuel Oil Purifier Unit)을 개발한 뒤 이듬해 선보공업㈜으로 법인 전환했다. 기술기업으로 확신이 섰던 것으로 보인다.

■난관을 선물로 기술개발

   
완성된 유닛의 시스템 점검을 확인하기 위한 점등식 후 엔지니어들과 포즈를 취한 최금식(가운데) 회장.
쉽게 이해하자. 소음기는 자동차의 머플러를 생각하면 되고, 연료공급유닛과 오일정화유닛은 엔진에 공급하는 연료와 관련된 기기들이다.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대형선박은 바다 외항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엄청난 규모다. 당연히 배를 움직이는 엔진의 규모도 크고 연료의 양도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대형선박 대부분이 연료로 사용하는 벙커C유는 점착성(粘着性·끈적하게 달라붙는 성질)이 커 적정 온도로 끓여 엔진에 공급해야 하니 관련 기기는 복잡하다.

더 쉽게 집을 짓는 건축을 생각하면, 먼저 1층부터 고층까지 골격을 완성하고 각층의 화장실 주방 욕실 등의 자재를 들여와 설치한다. 선박 역시 비슷한 방식이다. 조선사는 큰 독(Dock)에서 선박의 골격을 제작해나가면 협력업체들이 분야별로 설계에 따른 기자재와 부품을 들여와 설치한다. 문제는 격벽으로 나눠진 한정된 공간에서 크고 복잡한 기자재를 조립하고 설치하는 과정은 작은 소홀이나 실수로도 여러 난관에 맞닥뜨리게 되고 공기(工期)도 지연된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따르고 공기의 지연은 결국 코스트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금식 회장도 창업 초기에는 기존 방법을 따르다 유닛 개발로 기술의 생산성과 가치를 깨우치며 개발에 더욱 몰두했다. 결과는 모듈(module) 개발이다. 또 쉽게 이해하자면 연료공급이나 오일정화와 관련된 유닛 일체를 선보공업 공장에서 일괄 완성하는 것이 모듈이고, 제작된 모듈은 조선사 독에서 통째로 들어 선박 해당 공간에 설치한 뒤 천장 격인 상부를 덮는 방식이다. 육상 공장에서 제작하니 선박의 한정된 공간 제한에서 자유롭고, 공기의 지연이 없으니 생산가치도 안정적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모듈은 해당 기술의 종합체이고 작게는 컨테이너 크기에서 길이 15m, 높이 6m에 달해 부둣가 공장에서 제작하여 바지선으로 수송하기도 한다. 2014년에는 더욱 고급 기술이 요구되는 LNG 가스연료 모듈까지 개발해 세계1위의 해양모듈 전문기업을 추구하고 있다.

■기술의 선물, 즐거운 인생

   
완성된 LNG선박용 재기화시스템모듈이 바지선으로 옮겨지는 모습.
1967년 개교한 부산한독직업학교는 독일과의 협력으로 실업인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국립고등학교다. 학비는 면제였고 독일 유학도 가능한, 양국 간 기술교류와 우호협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당시 ‘산업입국’을 기치로 내세웠던 박정희 정부는 1973년 경북 구미에 금오공고도 개교해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산업인재로 육성했다. 그런데 여전히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고루한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민간에서는 기술과 기능 인력을 ‘공돌이’로 비하했고 그 잔재는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들 졸업생의 현재는 어떨까.

호주국립대학교 김형아 교수는 유신체제에 저항해 이민을 떠났다가 한국 현대사 연구에서 일가를 이룬 학자다. 그가 10여 년 전, 금오공고 1회와 같은 해 졸업한 당시 최고 명문으로 손꼽히던 서울 K고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현재의 현황을 조사한 바 있다.

대략 60세에 이른 당시 금오공고 출신은 기업경영(27%) 기술직(20.6%) 공무원(10.7%) 자영업(8.9%) 순으로 직업군을 이뤘고, K고 출신은 대학교수(25.2%) 기업경영(15.8%) 의료직(11.9%) 법조인(5.6% ) 순이었다. 물론 금오공고 출신 중에도 대학교수, 의료인, 법조인이 있었다. 주목할 점은 ‘기업경영’은 한국 기업데이터에 등록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표이사와 임원이기에 경제적 ‘상층’으로 볼 수 있는 데다 정년 제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또한 K고 출신에는 없는 기술직이나 자영업도 전문성으로 상당한 대우와 정년 연장, 안정경영이 가능해 삶의 질은 높을 것으로 추측됐다.

최금식 회장은 “생각을 멈추지 말라”고 주문한다. 사훈도 ‘항상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자’다. 생각, 누구나에게 필요하지만 특히 기술인에게 생각은 지속가능하고 가시적이다. ‘지속가능’은 발전이나 진보의 한계가 없다는 뜻이고 ‘가시적’은 성과를 그때그때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고 낯빛에서 그늘을 찾을 수 없다. 생각의 지속과 그 성과의 확인에서 얻는 즐거움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싶다.

그의 흥미로운 인생은 마지막 회에 들여다보기로 하고, 앞서 언급한 ‘기술집약산업’을 다시 생각해본다. ‘기술’을 아직도 막연한 ‘공돌이’ 선입견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있을까. 기술은 창작이고 창조다. 더구나 현대경제를 선도하는 대부분은 기술의 물리적 발현이다. 이쯤에서 어려운 수학 물리 화학을 떠올리며 외면할지 모르겠다. 많은 이가 그렇기도 하니 흉은 아니지만 그 벽을 허문 모델은 있다. 최금식 회장. 어차피 태초의 창조가 아닌 한 창작이든 창조든 기존의 진보니 그에게 현장은 무대였고 멈추지 않는 생각으로 인생을 즐긴 것이다. 어떤 성과로도 영원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지속변화의 세상. 그에게서 배워볼 일이다.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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