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황 부진·명절 수요 증가 겹쳐
- 37개국 평균보다 배 이상 높아
- 정부도 인플레이션 경계감
올해 1월 한국의 ‘밥상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4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위험 요인’으로 규정하며 인플레이션(적정 수준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8일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지난해 1월보다 6.5% 급등했다. 이는 OECD 37개국 중 터키(18.1%) 칠레(7.8%) 아이슬란드(6.7%)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37개국의 평균 상승률(3.1%)과 비교해도 배 이상 높았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식품’ 또는 ‘밥상’ 물가를 의미한다.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1월(1.8%)까지만 해도 1%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4.3%로 상승했고, 이후 8월(6.6%) 9월(8.3%) 10월(8.2%) 11월(6.9%) 12월(6.2%)에는 6~8%대의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지난달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도 9.7%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8월(11.2%)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아직 2월 물가를 발표하지 않아 국가 간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지난 1월 3위였던 아이슬란드의 식품물가 상승률이 2월 6.4%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지난달 우리나라(9.7%)의 순위는 1월(4위)보다 더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연초 한국의 식품물가 급등세는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명절 수요 증가 등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부산의 농·축·수산물 가격도 지난해 2월보다 17.4% 급등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어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나리오인데, 지금은 작황 부진 등 공급 측 요인으로 물가가 올라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5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최근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위험 요인이 도처에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낮은 것으로 본다. 정 실장은 “물가가 목표 수준을 훨씬 벗어나,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