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 구걸’ 경쟁 후폭풍 부를 수도
- 회장선출 추대·경선 등 혼란에
- 후보끼리 조율·배정 힘들어져
부산 상공계가 ‘상의 의원’ 선거로 들썩이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부산상의)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27년 만에 상의 의원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복잡한 상의 의원 선거
17일 부산상의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제24대 상의 의원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부산상의는 다음 달 1일까지 의원 후보 등록을 마치고 4일 선거인명부를 확정한 뒤 10일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상의 의원 선거는 1994년(15대 의원부) 이후 처음으로, 당시에는 지금과 투표 체계가 달라 일부 업종만 선거를 치렀기에 전체 회원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상의 의원 선거는 일반적인 선거와 방법이 다르다. 부산상의 회원사(2019년 기준 5929개) 중 의원 120명을 선출하는데, 회원사마다 보유한 표를 모은 뒤 최다 득표순으로 순위를 세워 뽑는다. 예를 들어, 회비 500만 원을 내는 A사(회비 50만 원당 1표)가 의원에 당선되려면 본인이 가진 10표 외에 다른 회사의 표를 최대한 끌어모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의원이 되려면 60~70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A사는 최소 50표를 더 모으기 위해 다른 회원사에 ‘표 구걸’을 해야 한다. 아무리 회비를 많이 내더라도 회원사 1곳이 최대 30표만 가질 수 있어 의원이 되려면 다른 회원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선거를 치르게 되면 회원사마다 표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므로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부산상의 회장을 희망하는 후보자들끼리 사전에 자신이 확보한 표를 비교한 뒤 회장 후보를 추대하고, 이후 의원 자리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상의 의원을 결정했다.
■‘상의 의원’ 놓고 곳곳에서 갈등
이번에 상의 의원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부산상의 차기 회장 후보자 간에 조율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상의 허용도 회장이 쏘아 올린 ‘합의 추대안’에 따라 23대 상의 의원부가 삼강금속 송정석 회장을 추대 후보로 결정했다. 여기에 와이씨텍 박수관 회장이 24대 의원부가 구성되면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24대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박 회장의 불출마설이 불거지면서 상의 회장 선거가 오리무중 상태가 됐다. 현재 동일철강 장인화 회장이 박 회장 대신 출마할지 고심하고 있다. 상의 의원 후보 등록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실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상의 의원들 사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표를 모으는 과정에서 얼굴을 붉히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오랫동안 상의 의원을 맡은 B사 관계자는 “설 연휴 내내 회원사를 상대로 표를 달라고 부탁하면서 회의감이 들었다”고 토로했고, C사 관계자는 “친분이 있는 회원사 두 곳에서 표를 달라고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D사 관계자는 “협력사에서 ‘거래’를 운운하며 표를 달라고 해 부담이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상의 의원 선거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상의 회장 후보자들이 함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공계 한 관계자는 “경제계가 어려운데 의원 선거를 놓고 기업끼리 힘 겨루기를 한다면 비용 부담도 크고 갈등이 심각해진다”며 “상공계가 지혜를 모아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