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규모 업체 핸드메이드 ‘룸즈’
- 외자 판호 획득 성공으로 주목
- 업계, 대작 아니지만 훈풍 기대

부산 소재 인디(독립)게임 업체가 중국에서 판호(서비스 허가)를 획득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중국과 ‘사드’ 관련 문제가 발생한 후 게임 대기업조차 중국 진출에 애를 먹는 와중에 이뤄낸 성과여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6일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부산 게임업체 핸드메이드 게임의 ‘룸즈 : 불가능한 퍼즐’ 콘솔 게임기 버전(플레이스테이션4 용·사진)이 중국 외자 판호를 발급받았다. 일본 퍼블리셔(배급사)를 통해 판호를 신청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게임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유저 수가 6억6500만 명, 2019년 기준 시장 규모는 349억600만 달러(약 38조3700억 원)로 추산된다. 세계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7%로 미국(20.1%) 다음이며, 한국(6.2%)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사드 관련 문제 발생 후 중국 게임 시장은 수년간 굳게 닫혀 있었다. 2014~2016년 48개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사드 관련 문제가 터진 후인 2017년 3월부터 한 건의 판호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대형 게임업체인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가 판호를 받았지만,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등은 3년 동안 판호를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1인 개발사에 가까운 핸드메이드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자 업계에서는 중국 게임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룸즈는 김종화 핸드메이드 대표가 대학 재학시절인 2007년 후배 등과 팀을 이뤄 만든 퍼즐 게임이다. 미로가 된 방 안에 갇힌 사람을 공간 재배치를 통해 출구로 유도하는 내용이다. PC와 닌텐도 위, 닌텐도 DS 등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돼 40만 장의 판매량을 올리기도 했지만 병역 문제 등으로 팀이 해체됐다. 이후 김 대표가 다른 업체와 협업해 개발을 계속했으나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대표는 2016년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부산글로벌게임센터에 입주해 지원을 받으면서 핸드메이드 게임을 다시 일으켰다. 2016년부터 플레이스테이션4, 닌텐도 스위치, 모바일 버전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했다. 모바일 버전인 ‘룸즈 : 장난감 장인의 저택’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톱3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룸즈는 게임 시장의 주류인 모바일 대작 게임이 아니어서 중국 시장이 열린다는 낙관을 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국내 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송호진 부산게임협회장은 “게임 업체에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수년간 판호가 발급되지 않아 소규모 업체들은 진출을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룸즈의 판호 발급으로 게임을 잘 만들면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