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고리원전 2호기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나머지 노후 원전에 대해서도 ‘수명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며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시도 다음 달 ‘수명 연장 금지’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25일 한수원의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수원 이사 13명은 지난해 11월 제8차 이사회에서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여부에 대한 결정기한 연장 요청’ 안건(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2면 보도)을 의결하면서 “향후 수명 만료가 도래하는 원전도 계속가동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회의록에는 “고리 3호기부터 경제성 평가 지침에 따른 결과 및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계속가동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설명이 첨부됐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총 24기다. 이 가운데 노후 원전 10기는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설계수명 만료와 동시에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춘다. 고리 2호기의 설계수명 만료(2023년 4월)가 가장 먼저 도래하고 ▷고리 3호기(2024년 9월) ▷고리 4호기(2025년) ▷한빛 1호기(2025년) ▷월성 2호기(2026년) 등이 뒤를 잇는다. 원칙적으로 이들 원전은 한수원이 수명 연장을 검토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한수원은 계속가동 여부를 원전별로 사실상 매년 판단하기로 했다.
한수원의 이번 결정은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노후 원전 폐로를 섣불리 결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주문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수명이 실제로 연장되느냐의 문제를 떠나, 한수원이 검토를 하겠다고 결정한 것 자체가 탈원전 후퇴를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한수원이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차기 정권에서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 제정된 ‘부산 원자력안전 조례’와 이날부터 가동된 ‘부산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를 통해 다음 달 “고리 2~4호기의 수명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정부와 한수원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