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부산 정치권 등의 거센 반발에 밀려 당초 계획 접어
그러나 완전 포기 의사 밝히지 않아 ‘여론 의식한 미봉책’ 지적 나와
부산에 본원을 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일부 조직의 세종 이전(국제신문 1월 22일자 1면 보도)이 표면적으로 일단 무산됐다. 그러나 완전한 계획 백지화를 언급하지는 않아 여론을 의식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KIOST는 해양법연구센터를 세종으로 옮기는 일이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취지에 역행된다는 지역 사회의 여론을 수렴해 이전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KIOST는 해양법 전문가 양성과 중앙부처와의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해 기존에 운영되던 세종연락사무소에 일부 인력만을 파견하기로 했다.
최근 KIOST는 해양정책연구소를 ‘해양법·정책연구소’로 확대·개편한 뒤 해양법연구센터를 신설했으며 이 조직을 세종으로 이전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KIOST는 센터 뿐 아니라 2~3년 내 해양법·정책연구소도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을 밝혀 지역사회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또 센터 이전은 이미 부산에 자리를 잡은 다른 공공기관의 ‘역(逆)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KIOST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여론을 의식한 ‘일보 후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역사회의 반발에 밀려 센터의 세종 이전 의사를 일단 철회하기는 했지만 여건이 허용되면 언제든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문성혁 해수부 장관이 해양법·정책연구소 확대 방침을 밝힌 이후 몇 달 동안 계획을 검토했던 KIOST가 여론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이전 포기를 표명한 것도 의구심을 더해 준다. 이와 관련해 KIOST는 해수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조직확충 등에 필요한 법적·논리적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초 구상대로 공공기관 소속인 해양법·정책연구소의 세종 이전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 등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KIOST가 이런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센터를 세종으로 옮기는 방안을 일시 포기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양법 관련 기관의 육성을 바라는 해수부의 입장도 KIOST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해수부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함해 각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있을 영토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해양법 전문가 양성이 꼭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KIOST가 업무 효율성 등을 이유로 조직의 세종 이전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경우 해수부도 이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