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 등 고전에 코로나 겹쳐
- 차 부품 작년 수출액도 23%↓
- 조선 수주 행진 3년째 세계 1위
- 점차 기자재 물량 공급 늘 듯

새해 들어 부산 산업의 주력업종 ‘자동차부품’과 ‘조선기자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대형조선소의 선박 수주가 잇따르면서 조선기자재 업계가 기지개를 켜는 반면, 경영 부진에 시달리던 완성차들이 긴축 경영에 들어가 자동차부품 업계는 더욱 위축됐다.
■자동차부품 업계 “올해도 한숨뿐”

“업종을 전환하든 무슨 수를 내야지, 얼마나 더 버틸지 장담할 수 없어요.”

부산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새해에도 걱정뿐이다. 주요 고객인 르노삼성차와 한국GM, 쌍용차가 모두 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14일 A사 관계자는 “2년 전 르노삼성차 파업 때 받은 타격을 회복하기도 전에 덮친 코로나19로 수출까지 막혀 물량이 30% 이상 감소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가 이처럼 고전하는 이유는 국내 완성차의 부진 때문이다. 지난해 신차를 앞세워 선방한 현대 기아차 이외의 나머지 완성차는 모두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작년 연말 쌍용차가 11년 만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한국GM도 누적된 적자로 신규 투자를 보류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부산 자동차 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르노삼성자동차는 닛산 로그 위탁 생산 종료 이후 물량 감소로 이달 초 긴축 경영을 선언하고 임원 급여를 삭감하는 등 비상에 돌입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에 따르면, 부산 자동차산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1분기 -8.8%에서 2분기 -25.7%, 3분기 -15.1%, 10~11월 -29.9% 등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 수출도 타격이 커 지난해 1~11월 부산 자동차 수출은 3억6506만 달러로 전년보다 74% 줄었고, 자동차부품도 3억6156만 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부산자동차부품조합 관계자는 “현대 기아차 일부 차종을 제외하고 완성차가 부진했기 때문에 지역 부품업계는 단가 인하와 물량 감소, 수출 부진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친환경차가 대세가 되면서 내연기관 부품업체들은 심각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조선기자재 업계 “일감 절벽 탈출”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 조선소 수주 행진이 이어지면서 조선기자재업체 사이에 일감 절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소는 81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전년보다 20% 줄었지만, 글로벌 수주량 1924만CGT 가운데 42.6%를 한국이 차지해 3년 연속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올해도 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총 11척(1조3000억 원 상당)을 수주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역 조선기자재 업계도 물량 확보를 준비하는 등 모처럼 활기가 돈다. 조선해양기자재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수주 실적은 기대를 웃도는 성과로 수년간 고통을 감내한 조선업계가 예상보다 일찍 호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기자재 업계가 장기 호황을 누리려면 올해를 버텨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조선소가 선박을 수주해도 설계 등을 거치면 최소 1년은 지나야 기자재 업체에 일감을 맡기기 때문이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최금식 이사장은 “업계의 상승 분위기를 살리려면 기자재 업체가 대출을 받거나 상환할 때 금융기관이 재무제표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향후 가능성을 보고 대출 한도 상향 등의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정철욱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