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명지 주거단지. 국제신문 DB

- 아파트값 상승률 울산 이어 전국 2위

- 정부 집값 잡겠단 의지 드러냈지만

- 시장은 “이해 못할 조치” 반응 쏟아져

- “장기 침체 서·동·영도구 왜 묶었나

- 기초단체 상승 2위 기장군은 왜 뺐나”

- 내집 마련 심리 커 하락폭 작을 듯

정부가 17일 강서구와 부산진구를 포함한 부산 지역 9곳, 울산 남구와 중구, 경남 창원시 의창구와 성산구 등에 대대적 부동산 규제 조처를 단행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이 술렁인다. 특히 부산은 기장군과 중구를 제외한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고, 의창구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부산 울산 집값 연일 상승세

이번에 부산의 규제 대상이 된 지역은 지난달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 남구 연제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이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곳이다. 부산 강서구와 부산진구, 울산 남구, 창원 성산구와 의창구는 전국 비규제지역 가운데 빅5로 꼽힐 만큼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팔랐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12월 2주(지난 1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부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71%가 올랐다. 이는 울산(0.79%)에 이어 전국 2위의 상승 폭으로, 4주 연속 울산과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 2위를 기록했다.

부산에서는 이번에 규제대상이 된 강서구(1.36%)를 필두로 기장군(1.22%)과 부산진구(1.12%)가 상승을 주도했다. 사하구(0.80%)와 사상구·북구(각 0.79%), 금정구(0.76%)도 만만찮은 오름세를 보였다. 앞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남구도 전주 대비 1.07%의 상승률을 보였고, 부산 부동산 시장의 ‘대장’인 해운대구도 정부의 11월 규제 이후 상승 폭이 주춤했지만 금주 조사에서는 전주 대비 0.37%가 올라 상승 폭이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은 “강서구는 명지국제신도시 내 신축, 기장군은 정주여건이 양호한 정관읍 준신축, 부산진구는 개발사업 기대감이 있는 개금·당감동 구축 위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울산 남구는 금주 조사에서도 전주 대비 1.13%의 상승률로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북구(0.73%)도 같은 흐름을 탔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의창구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전주 대비 각각 1.14%와 0.90%가 올랐다.

■부산 원도심권 예상 밖 규제

정부가 이들 지역을 규제하면서 부산 원도심인 동구와 영도구, 서구까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자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동안 침체일로였던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번 규제는 ‘풍선효과’를 막는 데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산이라고 해도 서쪽과 동쪽, 원도심의 집값이 다르다. 서구 동구 영도구가 지정된 마당에 기장군은 왜 규제 대상에서 빠졌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집값은 동서쪽에서 뛰는데 왜 규제는 함께 하는지 분개하다 못해 황당할 뿐이다. 아무래도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낙제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전주 대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전국 2위를 기록한 기장군은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시적 가격 조정 불가피, 하락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규제가 충분히 예상됐지만 규제 범위가 넓어 파격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부산에서 2곳 정도가 추가 규제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사실상 부산 전역이 규제 대상이 됐다”며 “최근 외지인 투자가 계속되면서 이로 인한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며 당분간 거래량이 줄고 일시적인 가격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예상보다 큰 이번 규제 범위를 볼 때 풍선효과는 물론 원천적으로 집값 상승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규제하는데도 집값은 오르니 무주택자들만 전전긍긍한다. 결국 ‘지금 아니면 집을 못 갖는다’는 심리가 팽배한 이상 집값의 장기적인 하락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고, 부산 전역이 사실상 규제 대상에 들면서 오히려 해운대구와 수영구 등에 수요가 더 몰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