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1년 인수한 양창선 명장
- 잠수함근무복도 납품해 호평
- 중기부 ‘백년소공인’ 선정

“국정사를 꼭 100년을 이어가는 가게로 만들어 달라.”

국정사 양창선 대표가 작업하는 모습. 국정사 제공

해방 이후 부산에 처음으로 생긴 양복점인 국정사가 설립자 김필곤 선생의 유지처럼 정부가 인정하는 백 년을 이어갈 가게로 선정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국정사 양복점(파라다이스호텔부산 신관 내)을 ‘백년소공인’으로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백년소공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제조환경 속에서 장인 정신을 가지고 15년 이상 이어오는 소공인 중 숙련된 기술과 성장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곳이다.

국정사 양복점은 1946년 동구 범일동 옛 조선방직 부근에 ‘태양피복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해방 전 부산 양복점은 일본인 재단사가 운영하는 곳뿐이었는데, 국정사는 한국인 재단사가 만든 첫 양복점이 됐다.

현재 국정사는 양창선 대표가 1981년부터 인수해 이어가고 있다. 양 대표는 1967년 18세 나이에 제주에서 부산으로 와 광복동 양복거리에서 양복 기술을 배운 53년 경력의 테일러다.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지만 성실과 기술을 인정받아 국정사를 잇게 됐다. 새벽 4시에 출근해 양복을 연구하는 장인정신으로 반세기를 테일러로 살아온 양 대표는 2005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사내 직원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해 2011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양복부문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등 후진 양성에도 힘쓴다.

국정사의 저력은 좋은 양복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정사는 2015년 해군군수사령부에 잠수함 근무복을 납품해 호평받았다. 군복은 폴리에스터 원단을 사용하고 방염처리까지 해야 하는 탓에 착용감이 좋지 않은데, 국정사는 기술력을 활용한 워싱처리로 착용감을 향상시켰다. 이 덕에 해군 사이에서 소문이 나 결혼하는 군인의 예복 주문으로도 이어졌다. 또 포항공대와 협력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입을 수 있는 활동성 높은 정장을 개발하는 등 제조 영역을 확장했다. 앞으로 양복 제작 기술에 ICT를 접목해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양 대표는 “설립자께서 나라가 바로 서야 하고 바른 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게 이름을 국정사로 정했다. 이름에 맞는 옷을 제작해 100년을 이어가는 가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