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위 한진해운 파산하며
- 해외선사에 기대는 현실도 한몫
- 배삯 30%↑… 업계 대책 호소
기계부품업체 A사는 최근 미국에서 부품 주문이 들어왔지만 반갑지만은 않다. 올해 들어 선박 운임이 급상승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올해 초와 비교해 선박 운임이 30% 이상 올랐지만 수출이 워낙 부진해 주문이 들어오면 비싼 운임을 주고서라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부산 수출기업의 시름이 깊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해외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선박 운임이 너무 올라 물류비 부담이 커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올 초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어든 선사들이 배를 대폭 줄였다. 이 때문에 수출을 위한 배 확보가 어려워졌고, 선박 운임도 대폭 올랐다. 컨테이너운임지수를 나타내는 상하이 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 6일 1664.56을 기록해 2009년 10월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30일 지수는 1529로, 지난해 같은 시기 847보다 배가량 올랐다.
국내 1위 선사 한진해운의 파산도 영향을 미쳤다. 2017년 문을 닫은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101척을 포함해 배 145척을 가진 세계 7위 선사였다. 하지만 파산 이후 배가 뿔뿔이 흩어졌고, 결국 국내 기업은 해외 선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국가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정부와 협의해 긴급 물량을 싣기 위한 선박을 투입하고 있지만 기업의 수요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자동차부품업체 B사 관계자는 “최근 수출 물량이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지만 워낙 배가 없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급등하는 운임을 감당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과 미국의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이 지역 항로 운임이 많이 올라 이래저래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기계부품업체 C사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 선박 운임이 배나 올랐고, 항공 물류비도 전년 대비 60%나 올랐다”면서 “코로나19 탓에해외 전시회가 모두 취소되고 온라인으로 가까스로 해외 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물류비 부담은 감내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유관기관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늘었다. 부산상의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극복, 수출기업 해외물류비 지원사업’ 신청을 받은 결과, 접수 2시간 만에 예산의 절반이 소진됐다. 상의는 특별 사업으로 지역 기업의 물류비를 지원했으며, 사업비의 절반은 올해 8~10월 비용을 쓴 곳에 지원하기로 했다. 상의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커 작은 비용이라도 도움받고자 한 곳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신청 기업이 워낙 많아 남은 예산도 예상보다 빨리 소진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부산본부는 기업의 계속된 지원 요청에 물류비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부산시가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식품업체 D사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노선을 늘리기 위한 배 확보가 우선인데, 이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며 “기업의 당면한 애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원해주는 시의 정책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