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해체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재편해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17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고리 1호기 해체에 앞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정책 수립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내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시설) 증설을 둘러싼 갈등이 되풀이될 우려가 매우 크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이 아직 수립되지 않은 고리 1호기(본지 지난 6월 29일 자 1면 보도)가 ‘월성원전 갈등’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재검토위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앞서 재검토위는 지난달 말 “월성원전 내 맥스터 증설과 관련한 주민 투표 결과 압도적인 찬성 의견(81.4%)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부산 울산 경주지역 탈핵단체 등은 투표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하며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이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사안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임시 조직(재검토위)이 운영되는 구조 하에서는 부실한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구인 재검토위를 독립적인 위원회나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 조직으로 재편해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의사결정 체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리 1호기 해체 비용(2032년 말까지 총 8129억 원 투입 예정)도 정확한 추계와 면밀한 검토 없이 산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중대 사고 발생 가능성과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입지, 미래 세대의 국토 이용 제한과 같은 사회적 갈등 유발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