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개미 주식투자 과세 때
- 정치권·금융권 계획 철회 주장
- 외국인투자자는 거래세만 납부
- 기재부 “두 세금 목적·객체 달라”

정부가 2023년부터 연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국내 상장주식 투자 수익에 양도소득세를 물리기로 하면서 ‘이중 과세’ 논란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번 조처로 국내 개인 투자자는 지금의 증권거래세 납부 부담에 더해 3년 뒤 양도세 부담까지 져야 한다. 이에 여야는 증권거래세를 아예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정부는 “증권거래세와 양도세는 과세 목적 자체가 다르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28일 기획재정부의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 자료를 보면 상장주식 투자 수익(연 2000만 원 초과 기준)에 대한 양도세 부과 대상은 2023년부터 개인 투자자로 전면 확대된다. 지금은 지분율이 일정 기준(코스피 1%, 코스닥 2%) 이상이거나 종목별 보유 주식총액이 10억 원 이상인 대주주만 양도세를 낸다. 대신 기재부는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2023년 0.15%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중 과세 문제를 지적한다. 주식 양도세와 거래세가 동시에 부과되는 만큼 증권거래세 세율을 0.1%포인트 낮추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최근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게 경제 민주화냐” “사실상 증세가 아니냐” “양도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든지 시행 시기를 더 늦춰야 한다”는 등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증권거래세 폐지 여부는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주식시장의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는 현재 양도세(비과세)는 내지 않고 거래세만 납부한다. 이번 대책에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추가 과세 방안이 쏙 빠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3년 뒤에는 국내 개인 투자자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기재부는 숱한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세는 과세 목적이나 과세 객체(거래와 소득)가 달라 ‘이중 과세’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매에 전혀 과세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없애면 초단타 매매 등을 통한 시장 왜곡에도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다음 달 7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금융세제 개편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