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고용 종사자·비정규직 등
- 고용 사각지대 해소에 초점

- 작년 보험기금 2조877억 적자
- 자영업자 가입률도 0.4% 불과
- 보험료 부과기준 재설계 등 숙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 국민에 대한 단계적 고용보험 적용’을 공식화하면서 1995년 시행된 고용보험 제도가 25년 만에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누구든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만큼 해당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막대한 재정과 자영업자 가입 유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고용노동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 회의-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제13차 고용노동 위기대응 TF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용적 복지국가’ 건설 일환

고용보험 제도는 실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업급여와 직업능력 개발 등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이다. 1995년 7월 1일 시행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2004년)와 자영업자(2012년)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지난 25년간 크고 작은 개선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 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전국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75만7000명으로 같은 달 전체 취업자(2660만9000명)의 51.7% 수준이다. 나머지 48.3%는 가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대리운전 기사 등 고용주가 명확하지 않은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현실적으로 가입이 어려운 초단기 아르바이트 ▷보험료 부담 등으로 가입 자체를 꺼리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87.2%였던 반면 비정규직은 44.9%에 머물렀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또 닥칠 경우 취약계층의 ‘고용 쇼크’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공식화한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고용 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만들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와 실업자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노동부가 당장 내년부터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우선 적용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이번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보험 가입률을 높이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포용적 복지국가’ 구현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기금 이미 2조 원 적자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최대 난제는 자영업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다. 현재 자영업자는 희망자만 가입하는 ‘임의 가입’ 방식을 적용받는다. 직장인은 고용보험료를 사업자와 절반씩 부담하지만 자영업자는 100% 혼자 내야 한다. 이로 인해 가입을 거의 안 하는 실정이다. 지난 3월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2만4731명으로 같은 달 국내 전체 자영업자(553만7000명)의 0.4%에 불과했다.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료 기준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정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과제다. 고용보험기금은 이미 지난해 2조877억 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보험료 부과 기준 재설계 ▷모든 취업자의 소득 파악 ▷일부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