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상가상 올해 저유황유 의무화 

- 싱가포르 기름 구하러 갔다가

- 면장 없다는 이유로 세관 나포

- 가족 “코로나 등 우려” 도움 호소

한국해양대 출신의 한 벌크화물선 선장이 석 달가량 인도네시아 현지 교도소에 수감돼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팬오션 소속 벌크화물선 팬베고니아호 선장 A(55) 씨는 지난해 10월 29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포말라항에서 니켈을 선적했다. 이어 11월에 니켈 구매자가 있는 중국으로 출항하려 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원광을 수출하는 대신 자국 제련소에서 제련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로 하면서 수출 중단을 선언해 발이 묶였다. 수출도 못 하고 선적지에 다시 내리지도 못 하는 상황이 됐다.

팬베고니아호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올 1월부터 기존 고유황유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팬오션 법무팀은 지난 2월 9일 저유황유 적재와 고유황유 하륙이 가능한 싱가포르에 기항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런 작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법무팀은 선박이 위급한 상황(인명 또는 선체 손상 등)에 처했을 때 가까운 항구에 기항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대리점에서 한 차례 경고가 있었지만 본선에 이미 선적된 화물을 불법적으로 처리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IMO법을 충족시키기 위해 잠시 벗어나 본선 연료유 관련 문제를 해결한 후 원래 위치로 되돌아오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 

수출면장이 없는 상태에서 출항한 팬베고니아호는 지난 2월 12일 싱가포르 근해에서 세관 선박에 나포돼 곧바로 카리문이라는 곳으로 옮겨졌고 전 선원이 조사를 받았다. 결국 A 씨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구치소에 구금됐다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루탄카리문이라는 교도소로 이감됐다. 회사 측은 사태 해결을 위해 불법적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사태 해결에는 미흡했다. 선사 측은 니켈 선적을 완료한 상태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전 고지 없이 갑자기 수출 금지를 발표했고, 중국의 니켈 구매자와 인도네시아 공급자 간 이해 충돌로 용선계약 취소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선장 A 씨의 아내는 “잘못을 용서해 달라는 게 아니라 감정 기복이 심하고 고온과 벌레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남편이 선박 등 다른 곳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최근 카리문 시장이 코로나로 사망했고 교도소 인근에 확진자와의 접촉자가 32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에 가족 모두가 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변창범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영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월 초 구치소를 방문해 한국인 선장을 면회하는 등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도 있으니 선장이 구치소가 아닌 배에 머물며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인도네시아 정부를 설득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인도네시아 당국은 사건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A 씨 등을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