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유선선주협회 묘안 짜내
- 벙커C유 수송선 → 급유선 개조
- 3척 동원, 17시간만 작업 마쳐
- 향후 정기 연료유 공급도 기대
‘급유선 3척 이내로 20시간 안에 급유를 마쳐라.’ 29일 새벽 1시 부산항 신항 4부두(HPNT)에 HMM(옛 현대상선)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2만4000t급)’가 입항하면서 한국급유선선주협회(이하 협회)와 GS칼텍스 대리점인 ㈜진성은 ‘급유 대작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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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옛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2만4000t급)가 29일 새벽 부산 신항에 입항해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선박은 이날 국내 최초로 한 번에 7300t의 원료유를 성공적으로 공급받았다. 김성효 전문기자 |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알헤시라스호는 한 번에 7300t을 급유한다. 200ℓ들이 드럼통으로 환산하면 3만6500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연료유 1600t을 공급할 수 있는 700t급 급유선 몇 척으로 철광석 운반선 등에 3000~4000t을 공급한 적은 있었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7000t 이상을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000t 이상이면 700t급 급유선 6척이 나서도 30시간 이상 걸려 하루 내에 출항하는 HMM의 요구 조건을 맞출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협회는 여수 정유소에서 부산 저유고까지 오가는 벙커C유 수송선을 급유선으로 개조하는 묘수를 짜냈다. 결국 이날 연료유 공급에는 2800t급 1척과 700t급 2척 등 총 3척의 급유선이 동원돼 17시간여 만에 작업을 완료했다.
협회가 벙커 C유 수송선을 급유선으로 개조하면서까지 작업에 나선 것은 날로 커져가는 컨테이너선의 대형화 추세에 맞추기 위함이다. 이날 알헤시라스호에 성공적으로 급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7000t 이상의 급유선을 보유한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에 연료유와 선용품 공급 등 연관 시장을 완전히 빼앗길 수 있었다.
HMM도 그동안 주로 싱가포르나 로테르담에서 연료유를 공급받다가 2만4000t급 취항을 계기로 GS칼텍스와 국내 급유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HMM 관계자는 “7300t은 알헤시라스호가 100일 동안 운항할 수 있는 양으로 아시아~유럽 항로를 왕복하는데 통상 90일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중간에 연료유 공급 없이 유럽까지 다녀올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급유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HMM이 향후 1~2주 간격으로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할 초대형 선박도 부산에서 연료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문현재 한국급유선선주협회 회장은 “국내에 5000t 이상의 연료유를 공급할 수 있는 대형 급유선이 없어 우리나라 항만에 기항하는 외항선의 10%만 국내에서 기름을 공급받는다. 그나마도 대다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까지 갈 소량만 구매한다”며 “150억 이상이 드는 대형 급유선을 정부가 건조해 운영을 민간업체에 위탁하거나 업체에 건조비용을 저리로 빌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해상급유 시장 규모는 연간 3조 원대로 싱가포르 홍콩 로테르담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급유선들도 대부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일본에서 도입한 중고선으로 선령이 25년을 넘길 정도로 노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