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와 체결한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계약에 대해 “계약서가 작성되는 즉시 자금을 곧바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상황이 2008년 글로벌위기보다 더 엄중하다고 보고, 한은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적극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20일 이 총재는 한은 본관으로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은은 19일 오후 10시 미 연준과 600억 달러 규모의 양자간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스왑계약은 최소 6개월로 오는 9월 19일까지다.

　이 총재는 “19일 합의는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곧바로 계약서 작성을 한 후 자금을 공급할 것이다. 지난 2008년 체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시간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약연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2008년 당시 체결 후 스왑계약이 1년 3개월 동안 존속됐다. 이를 감안하면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6개월 후 시장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번 통화스왑계약에는 이 총재와 연준 제롬 파월 의장과의 ‘핫라인’이 작동했다고 전해진다. 이 총재는 지난달 22~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파월 연준 의장과 별도로 만나 통화스왑에 대한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는 “당시 코로나19에 따른 한국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한국의 시장 상황에 대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BIS 컨퍼런스 콜에서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파월 의장과 늘 접촉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협의하기 좋았다”며 “미 연준에서 상당히 신속하게 대응해준 결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가 조치에 대한 질문에는 “한은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놨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응분의 역할을 했다. 그 때 경험이 생생히 남아있다”며 “이번에는 당시보다 상황이 더 엄중하다고 본다. 한은이 할 수 있는 정책수단 카드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상황에 맞게 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기본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적어도 금융기관이 유동성 부족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 일을 막고 신용경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위기시 중앙은행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통화스왑은 지난 2008년 10월 30일 300억 달러 규모로 처음 이뤄진 데 이어 두 번째다. 당시 통화스왑 계약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위기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전격 체결됐다. 체결당시 2009년 4월 30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2009년 2월 4일 6개월 연장한 데 이어 6월 26일에 3개월 더 연장하면서 2010년 2월 1일 종료됐다.

　당시 체결된 한미간 통화스왑 계약은 달러유동성에 대한 불안심리 완화와 급등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 안정에 빠르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8월말 1089원에서 계약 체결 당시 1468원까지 상승했으나 계약 종료시점에 1170원까지 하락했다.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