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 평소 주말에는 백화점 입구에 진입하는 차가 줄지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됐던 곳이 거짓말처럼 한산했다. 주말이면 차 댈 곳이 없어 수십 분을 대기해야 했던 주차장도 빈자리를 뜻하는 녹색등이 켜진 채 곳곳이 비어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롯데백화점의 지난 주말(1, 2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지난 1, 2일은 설 연휴 직후 첫 주말이라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설 연휴 이후 첫 주말과 비교했을 때도 매출이 약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센텀시티도 2월 첫 주말이었던 1, 2일 방문자가 1월 주말 평균보다 20% 이상 줄었다.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과 비교하면 27% 감소했다. 실제 1, 2일 오후 신세계 센텀시티 여성, 남성, 아동 등 여러 층이 평소보다 썰렁했다.
부산 지역의 한 백화점 매장 직원은 “고객이 많이 줄었다. 평소 주말보다 매출이 절반 정도 떨어진 것 같다. 지난주까지 많았던 중국인 등 외국인 고객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도 절반 이상은 마스크를 쓰고 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인 관광객과 중국 보따리상이 주 고객인 면세점은 타격이 더 컸다. 롯데면세점은 시내 면세점 매출이 평소보다 30% 정도 줄었다. 신세계 면세점은 매출이 40%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확진자가 방문했던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3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백화점 내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마스크를 파는 약국이었다. 마스크를 손에 들고 줄을 서 기다리거나 박스째 사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부산 지역 한 백화점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를 사러 오는 손님이 평소보다 배 이상 늘었지만 마스크가 없어서 못 팔고 있어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손님이 많이 찾는 KF94 등 보건용 마스크는 일찌감치 동났지만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사람이 붐비는 곳은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 개인 위생용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메가마트는 지난 주말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의무 휴업일을 제외한 첫 주말인 2월 16, 17일)과 비교한 결과 마스크는 40배, 손 소독제는 20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출을 자제하면서 매장 대신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주말 메가마트 온라인 쇼핑몰인 ‘메가마트몰’ 주문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 매출은 170% 증가했다. 위메프는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생필품을 취급하는 마트 카테고리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배 증가했고, 전체 거래액은 72% 늘었다. 11번가에서도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생필품 판매량이 1개월 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유통업계에서는 메르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급감한 제2의 메르스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메르스 발생 직후인 2015년 6월 당시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11.9%, 대형마트 매출은 10.2% 줄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