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내 약국 속속 품절 문구
- 온라인 판매 최대 9118% 폭증
- 마스크 가격은 두 배 이상 치솟아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마스크나 손 소독제류 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마스크 공장은 주문량이 폭증하면서 특수를 누리며, 일부 판매업자는 물량을 걸어잠그며 폭리를 취한다. 정부는 마스크 사재기를 통해 폭리를 얻는 업체를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30일 부산 마스크 제조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문 물량이 급증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마스크를 제조하는 지역 공장 상당수가 중소 규모이다 보니 생산 라인이 적고, 원자재 수급을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직포 필터, 코편, 귀끈 등은 중국과 국내에서 모두 수급하는데 부자재 물량조차 달리는 형편이다. 기장군의 한 업체 관계자는 “하루 수백 통의 주문 전화에 시달린다. 설 명절이 끝나고 갑자기 우한 폐렴 사태가 커지면 주문이 폭주한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마스크 공장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게 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시중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품귀 현상을 빚는다. 이날 국제신문 취재진이 KF94 마스크를 사려고 부산 시내 약국에 들어섰지만 ‘마스크·손 소독제 품절’이라는 문구를 보고 돌아서야 했다. 인근 약국도 상황은 마찬가지. 마스크를 집어 드는 기자에게 약사는 “중국인이 싹 쓸어가는 통에 마지막 남은 물량이다. 손 소독제도 하루에 50명 이상 찾는데 제약사에서도 재고가 없다고 해 있을 때 사놓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부산 5개 전점 기준)는 국내 첫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마스크, 손 소독제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0%, 28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부산 8개점 전점)는 각각 100%, 80% 증가를 기록했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온라인으로 향하지만 배송이 밀려 다음 달 중순에나 물건을 받을 전망이다. 설 연휴 기간(24~27일) 옥션의 마스크, 손 소독제류 판매량은 전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2810%, 2927% 증가했고, G마켓에서는 9118%, 4496% 올랐다.

품절 사태에 마스크 가격은 원래의 두 배 이상 치솟았다. 20개 기준 2만 원 후반대에 팔리던 KF94마스크는 현재 5만 원에 거래된다. 모 쇼핑몰에 입점한 한 판매자는 평소 개당 110원 정도에 팔던 마스크를 이번 사태 이후 가격을 12배 올려 개당 1398원에 파는 등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마스크 등 관련 용품의 매점매석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고시를 다음 달 초 제정,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사들이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를 엄정 처벌하기로 했다. 해당 고시에는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 조항이 들어간다. 또 31일부터 관계부처 합동 점검반을 가동, 생산·유통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이석주 이승륜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