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을 추월했고 자산 규모에서도 현대차를 앞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계 서열 2위를 놓고 SK와 현대차 간의 자존심 대결이 커진다는 뜻이다.

기업분석 전문 업체인 한국CXO연구소가 ‘최근 5년간 국내 4대 그룹 분석’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분석은 공정자산, 매출,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을 조사했고 각 항목의 수치는 각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자료가 사용됐다.

이번 분석에서 주목할 것은 재계 서열 2위 다툼이다. 현대차 그룹 자산은 2015년 180조 원에서 2016년 193조 원→2017년 218조 원→2018년 222조 원으로 많아졌다. 2019년에는 220조 원으로 이전해보다 소폭 감소했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자산 변동 추이.

SK 그룹은 2015년 152조 원→2016년 160조 원→2017년 170조 원→2018년 189조 원으로 증가하더니 2019년에는 217조 원으로 지속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 자산 기준 SK는 재계 서열 3위다.

최근 5년간 SK의 자산 증가 속도를 살펴보면 재계 서열 2위 탈환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하면 재계 2위 현대차와 3위 SK 간 자산 규모는 100대 78.1 수준으로 21.9% 격차를 보였다. 이때만 해도 SK가 재계 2위를 넘보기란 쉽지 않았다. 이러던 것이 지난해에는 100대 98.4로 불과 1.6% 차로 SK가 현대차 턱 밑까지 추격했다.

SK의 추격에는 SK하이닉스가 큰 동력이었다. 2015년 당시 SK하이닉스의 자산은 25조 원 수준이었는데 2016년 28조 원→2017년 31조 원→2018년 44조 원으로 늘더니 2019년에는 61조 원으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가 SK그룹 전체 자산을 늘리는 1등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이와 달리 현대차 그룹의 주력사인 현대자동차는 2017년 이후 70조 원 수준에서 맴돌았다. 2017년 때만해도 현대차와 SK하이닉스의 자산은 38.5조 원의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2019년에는 8.8조 원으로 크게 좁혀졌다. SK하이닉스가 무서운 속도로 자산을 증가시키면서 현대차 그룹까지 크게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룹별 매출 규모에서는 삼성 다음으로 SK가 재계 2위 자리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삼성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18년에는 SK가 매출 184조 원으로 현대차(170조 원)를 따돌리고 넘버2 자리 탈환에 성공했다.

그룹별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부터 SK는 삼성과 함께 명실상부 투톱 체제를 확고히 구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까지만 해도 그룹 계열사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삼성(17조 원), 현대차(11조 원), SK(10조 원) 순이었다. 다음 해인 2017년에는 삼성(42조 원)에 이어 SK(22조 원), 현대차(8조 원) 순으로 역전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현대차의 주력인 자동차보다 SK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지향하다 보니 SK와 현대차 두 그룹 간 자산 규모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현재와 같은 속도가 이어질 경우 빠르면 1~2년 내에 SK가 자산 규모를 비롯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도 재계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5년 간 국내 4대 그룹 자산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삼성이 확고부동 1위 자리를 고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의 공정자산 규모는 2015년 327조 원→2016년 351조 원→2017년 363조 원→2018년 399조 원을 기록하더니 2019년에는 414조 원으로 자산 400조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다. 삼성전자 자산은 2015년 154조 원→2016년 164조 원→2017년 174조 원→2018년 198조 원으로 높아지더니 2019년에는 219조 원을 기록했다. 2019년 기준 삼성 계열사 전체 자산 중 절반이 넘는 52.8%는 삼성전자 몫이었다.

재계 4위는 100조 원대 자산을 유지하고 있는 LG 그룹으로 나타났다. LG 그룹 자산은 2015년 102조 원에서 2019년 129조 원으로 증가했다.

공정위가 국내 대기업집단 순위를 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은 ‘공정자산’이다. 그룹 내 비(非)금융 회사에서 보유한 자산총액에 금융 계열사의 자본 총액을 합한 금액이 공정자산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공정위 자산 규모 기준 국내 그룹별 재계 순위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순이었다. 4대 그룹 재계 순위는 최근 몇 년간 변동이 없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