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경남에 적을 두고 있는 매출 1조 원 이상 대기업의 영업 내실 곳간이 2008년 이후 10년 사이에 80% 가까이 증발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대기업의 뿌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조직개발 전문업체 지속성장연구소가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에 의뢰해 부울경 지역 매출 1조 원을 넘기는 이른바 ‘슈퍼 기업’의 영업이익 현황 조사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국내 상장사 기준 부·울·경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은 공식적으로 2018년 기준 16곳이다. 지난해 본사 소재지를 서울로 옮긴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의 존속법인)을 포함한 수치다.
이들 16개 슈퍼 기업의 2008년에 올린 영업이익 규모는 5조 7099억 원에 달했다. 이때 총매출액은 60조1164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9.5%였다. 이는 2008년 당시 국내 매출 1조 기업 평균 영업이익률 5.7%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 당시만 해도 부울경 경제는 호기(好期)였던 셈이다.
2008년에는 매출 1조 원 이상에다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곳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영업이익 2조2061억 원)과 대우조선해양(1조315억 원) 두 곳이 있었다. 영업이익 1000억 원을 올린 회사도 8곳이었다. 현대미포조선(5366억 원), 한진중공업(5103억 원), 두산중공업(4744억 원), 현대로템(1938억 원) 등이다. 영업이익률이 10% 넘은 곳도 5곳으로 나타났다. 현대미포조선(14.1%), 한진중공업(13.3%), 대한제강(12.9%), 한국조선해양(11.1%), 롯데정밀화학(10.3%)이 영업이익률 10% 클럽에 당당히 들었다.
 |
| 부울경 대기업 영업이익 변동 현황
|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8년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매출 체격과 영업 내실 체력이 모두 ‘약골’로 변했다. 매출 덩치는 2008년 60조 원대에서 2018년에는 48조 원대로 20% 정도 쪼그라들었다. 2018년에는 매출 10조 클럽이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08년 대비 2018년에 매출이 1조 원 넘게 감소한 곳도 16곳 중 7곳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영업 내실에서 확연해 드러났다. 2008년 이후 10년 사이에 80% 가까운 이익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2018년에 16개 대기업이 올린 영업이익은 1조1836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대비 무려 4조 5263억 원의 이익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2018년에는 16곳 중 6곳은 적자전환했다. 2018년에 적자의 쓴 맛을 본 곳은 한국조선해양(-3337억 원), 현대로템(-2239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910억 원), 한진중공업(-660억 원), 현대위아(-652억 원), STX(-69억 원)였다.
영업적자는 아니지만 1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한 곳도 3곳이었다. 현대미포조선 4850억 원(2008년 5366억→2010년 516억), 두산중공업 2898억 원(4744억→1846억), 대한제강 1233억 원(1255억→219억) 감소했다.
지속성장연구소 신경수 대표는 “이익이 감소하게 되면 향후 기업 성장을 위한 미래를 위한 투자 자원도 점점 줄어들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2020년대는 부울경 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향후 10년 동안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더 혹독한 경제 한파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