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어획 못해 생계 어려움 커
- 구역 조정 등 해달라” 항의 집회
- 어선들 하루 오징어 잡이 강행도
해양수산부가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하는 대형트롤업계에 단속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양측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형트롤업계는 중국의 싹쓸이 조업에는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면서 자국 어민만 범죄집단으로 내몬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으며 정부는 조업구역 조정은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불법조업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동안 대치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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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수산부가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트롤업계에 단속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대형트롤어선의 선장과 선원 등 400여 명이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20일 부산시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동해어업관리단은 기장군 대변항부터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어업지도선 3척을 배치하고 감천항에는 1척을 상주시켰다. 대형트롤어선이 동해안으로 조업을 나가는 길목을 차단해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15일 대형트롤어선 28척이 정부의 단속 강화에 반발해 동해안으로 불법 출어해 오징어 조업을 강행하자 하루 뒤 해수부가 정부 세종 청사에서 동·서·남해어업관리단, 동·남해해양경찰청, 부산시, 수협 어선안전조업본부 등과 ‘어업질서 확립을 위한 협의회’를 개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날 협의회에서 동해어업관리단은 서·남해어업관리단의 국가어업지도선과 부산시의 어업지도선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대마도에서 활동하는 해경청의 함정 지원 등에 관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또 관계기관 간 핫라인 구축과 기타 인력 지원도 당부했다. 부산시는 파견 요청시 어업지도선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정부의 강력 단속으로 선원들까지 집단적으로 반발에 나서자 정책적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해수부에 요구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중국어선이 북한수역에서 오징어 자원을 남획해 피해가 심각하고 한일 어업협정은 결렬 상태며, 해수 온도 변화로 오징어 남하선이 변경돼 대형트롤의 실질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형트롤업계는 최근 들어 정부의 단속에 강력히 항의하면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내놨다. 지난 10일 대형트롤 선장과 선원 400여 명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생존권 보장을 위한 집회를 연 뒤 동해어업관리단과 부산시를 항의 방문했으며 지난 13일에는 해수부 관계자와 면담하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 정책건의를 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항의 차원에서 대형트롤어선 28척을 동해안으로 보내 금지된 오징어 조업을 강행했으며 지난 16일에는 전국트롤선원노조가 해수부 앞에서 생존권 유치 장외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6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해수부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세종경찰서에 신고를 한 상태다.
대형트롤업계는 동해상에서 오징어 조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지난 6개월 동안 TAC(총허용어획량)를 20%밖에 채우지 못했다. 대형트롤업계에 배당된 TAC는 2만5811t인데 반해 오징어 어기가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어획량은 5283t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TAC는 2만8925t이었는데 같은 기간 어획량은 6829t에 그쳤다. 오는 3~4월이면 오징어 어기가 사실상 끝나 잡어라도 잡기 위해 서해로 이동해야 하지만 서해도 조업 경쟁이 치열해 큰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수부의 ‘수산혁신 2030계획’에 따른 ‘2020년 조업규제완화 시범사업공모’에 대형트롤업계를 포함해 한시적 조업이라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의 어획량이 급격하게 느는 것도 트롤업계의 어려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2004년 21만2760t에 이르렀던 우리나라 오징어 어획량은 2017년 8만7024t으로 급격히 줄었다. 반면 중국어선의 어획량은 2004년 2만1456t에서 2017년 36만5726t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오징어 수입도 2014년 8815t에서 2017년 6만9889t으로 급증했다.
대형트롤업계 관계자는 “일본 중국 대만 등 어선이 연중 조업을 하면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국제적인 황금어장인 동해안의 오징어를 상당수 어획하는데 반해 국내 어업인의 어획량은 상당히 줄었다”며 “조업 구역 조정을 해주든지 TAC 물량을 채울 때까지만이라도 조업 제한을 풀어주든지 살 길을 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최용석 어업자원정책관은 “조업구역 조정은 동해 어업인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불법조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감척 신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