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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피해 규모 2조 추산…금융사기 의혹

사모펀드 손실 사태 악화일로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20-01-20 19:33:07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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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338억 원으로 영업 시작
- 6조까지 수탁고 늘린 라임운용
- 원금손실 1조6000억 환매중단

- 은행 창구서 고위험 펀드 판매
- 코스닥 부실기업 자산 대량매입
- ‘돌려막기’ 수익률 조작 가능성
- 수사 받던 관계자 잠적해 논란

지난해부터 시작된 사모펀드 손실 사태가 악화일로다. 지난해 9월 대규모 원금손실을 낳은 해외금리연계 DLF 관련 분쟁조정이 마무리되고 제재심이 진행되는 가운데 터져나온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금융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1조6000억 원까지 불어난 라임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닌 의도로 불법·편법 운용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융사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임 운용 펀드 환매 연기 사실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닥 부실기업 대량 매입

라임 사태의 가장 큰 문제로는 단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코스닥 부실기업의 메자닌 등 자산을 대량 매입한 것이 꼽힌다. 이 과정에서 다른 회사 명의로 매입하는 ‘파킹 거래’를 일삼거나 펀드 손실을 다른 펀드 자금으로 메우는 ‘돌려막기’로 수익률을 조작해 여러 펀드를 운용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라임의 펀드 운용 방식이 불투명한데도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넓은 판매망을 확보한 점에는 의심의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라임이 기업사냥꾼과 결탁해 코스닥기업의 무자본 인수합병(M&A)에 자금을 대 부당이득을 챙기고 임직원용 펀드를 따로 굴렸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의혹의 중심에는 최고운영책임자(CIO)로 펀드 운용을 주도한 이모 부사장이 있지만, 그가 도주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지난 9일 한 방송에서 “라임 사건은 우리나라 금융 역사의 희대의 사건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금융펀드가 미국 운용사의 자산 동결로 인해 전액 손실이 났음에도 이를 숨기고 운용한 점 등을 들어 “라임이 명백히 사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환매 중단금액 1조6000억 원

지난 2015년 12월 영업을 시작한 라임은 국내 다른 펀드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수탁고를 늘렸다. 자기자본금 338억원으로 시작한 라임의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7월 말 5조9000억원까지 불었다.

처음 문제가 된 펀드는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들이었다. 지난해 10월 9일 라임이 처음으로 6200억 원 규모의 펀드 자금을 환매 중단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같은 달 14일 라임은 2436억 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 환매도 추가로 중단했으며 총 환매 중단 금액이 1조3363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며칠 뒤 금감원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라임의 환매중단 규모 추정치가 1조5587억 원으로 더 커졌다. 당시만 해도 라임 사태는 코스닥시장의 침체에 따른 유동성 문제로 파악됐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 관련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라임 부사장 이모 씨가 영장실질심사에 불응한 채 잠적하면서 라임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기 시작했다. 연말에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의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의 운용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제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라임은 6000억 원대 무역금융펀드의 40%가량을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 펀드 회계 실사 초안에서는 채권 등 상당수 자산이 낮은 등급으로 분류돼 손실 규모가 40∼70%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최근 라임이 ‘크레디트인슈어런스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도 환매 중단을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피해 규모는 2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에서 판매된 고위험 상품

DLF와 라임에서 판매한 사모펀드는 모두 ‘헤지펀드’이다. 49명 이하 고객에게 돈을 모아 주식 채권 파생상품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원금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고수익 고위험 상품으로 애초 이를 인지하고 감당할 준비가 된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시중은행 창구에서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판매됐다.

이는 헤지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공모와 사모 구분이 모호해진 탓이다. 금융사들이 49명까지 투자 가능한 펀드를 같은 구조로 복제해 공모 형태의 불특정 다수 상대 투자 영업을 했기 때문이다. 투자자 성향 파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국은 DLF 사태 이후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를 제한했으나 은행 측 건의를 수용해 일부 허용으로 양보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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