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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가공공장 옆 오피스텔 공사…신평공단 살리기의 역설

  • 배지열 기자
  •  |   입력 : 2020-01-19 19:54:16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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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평·장림산단 부활 날갯짓

- 2018년 산단 고도화 공모 선정
- 혁신센터·노동자 주거시설 계획

# 회생정책이 부른 ‘독’

- 공장 2m 옆 355세대 오피스텔
- 미세 진동에도 불량품 나올 우려
- 종일 공장 가동 땐 역민원 가능성
- 구청 건축허가 내줄 수 밖에 없어
- 노동자들 불허 요구 시위 나서

부산을 대표하는 산업단지인 사하구 신평공업단지를 재생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기존 사업체에 독이 되는 촌극이 발생했다. 정밀기계를 사용하는 공장 바로 옆에 대규모 주거시설 건립이 계획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업주가 늘고 있다. 부산시가 사업 계획을 세우면서 현장 확인만 했어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사하구 신평산단 내 오피스텔 건축 예정 부지에 기존 건물 잔해물이 남아있는 모습. 배지열 기자
19일 오전 신평공단의 조선해양기자재 부품 생산업체인 신영기계공업 인근. 공장 건물 바로 옆 공터에 오피스텔 공사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 잔뜩 쌓여 있었다. 문제는 부지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2m 남짓한 거리에 있는 신영기계공업이 진동에 민감한 정밀기계를 가동한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등에 조선해양기자재 부품을 납품하는 신영기계공업은 1000분의 1㎜의 정밀 가공을 거쳐 부품을 생산한다. 미세한 진동에도 불량품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주변 공사로 매일 진동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 신동현 대표는 “오피스텔 터 파기 공사로 공장 건물에 무리가 가고 있다.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얼마 전에야 관계자들도 현장을 확인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사전 답사도 하지 않고 결정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임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주거시설 공사는 지난해 3월 부산시가 발표한 계획에 따라 진행 중이다. 당시 신평·장림산단은 정부 합동으로 공모한 2018년 혁신지원센터 구축사업과 산업단지 개방형 체육관 건립지원 대상에 최종 선정됐다.

지역 산업단지를 첨단 산업단지로 바꾸는 고도화 사업의 일환으로 기업 비즈니스 지원 기능을 확충하기 위한 복합건물인 혁신지원센터와 체육관 등을 건립한다. 더불어 민간대행 사업으로 355세대 규모 오피스텔 건물 3개 동도 지어진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을 인근 근로자 주거시설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기존 공장들이 주거시설 공사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자동차·트랙터 등의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영동산업도 우려가 크다. 근로자용 주거시설이 들어설 경우 특히 교대 근무 근로자는 낮에 쉬는 경우도 많아 종일 공장에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 회사 김상현 대표는 “공사 기간도 문제지만 나중에 주거시설 입주민이 시끄럽다고 밤낮으로 민원을 넣을 게 뻔하다. 생산 일자를 맞추려면 밤에도 기계를 돌려야 하는데 민원을 해결하려면 20년 넘게 여기를 지킨 우리가 떠나야 하는 건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주거시설 사업 시행자는 지난 7일 건축 허가를 구청에 제출했다. 구는 현재 한 달여간 보완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황이다. 사하구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진동 및 공사 완료 이후 민원 대책 등을 보완하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기계공업협동조합은 사하구 신평동의 조합 소속 업체 근로자 100여 명이 21일 사하구청 앞에서 공사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도시철도 1호선 신평역 인근에서 진행될 오피스텔 건축 허가를 구에서 내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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