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몰아서 장을 보는데 물건이 많아 박스가 터질까 봐 걱정됩니다.”

5일 롯데마트 동래점의 자율포장대에서 한 고객이 종이 박스에 물건을 옮겨 담고 있다. 박지현 기자

5일 오후 롯데마트 부산 동래점. 아이와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온 30대 고객은 자율포장대에서 종이 박스를 만들어 물건을 옮겨 담은 뒤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일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곳이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을 없애기로 한 자율협약이 시행된 뒤 맞는 첫 주말인 이날 소비자 상당수가 불편함을 호소했다.

자율포장대와 계산대 등에는 ‘포장용 테이프·끈 제공이 중단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계산을 마친 물건을 카트에 싣고 자율포장대 앞으로 온 고객 중에는 테이프를 찾아 한참을 두리번거리는 고객이 적지 않았다. 40대 남성 고객은 “테이프와 끈이 없어진 줄 몰랐는데 당황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깨질 수 있는 유리 제품을 박스에서 빼거나 박스를 겹쳐 이중 포장하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테이프가 제공되지 않자 마트에서 아예 테이프를 사거나 집에서 가져오는 고객도 보였다. 집에서 장바구니를 챙겨온 고객도 있었다. 마트에서 장바구니는 크기에 따라 보증금(1000~4000원)을 내고 대여하거나 구입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은 왜 테이프나 끈을 없앴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 아직 장바구니 이용 고객이 늘어나거나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박스에 붙일 용도로 테이프를 사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가져온 휴대용 카트에 음료 박스를 싣고 가던 고객은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다고 해서 아예 카트를 장만했다. 테이프와 끈을 제공해줄 때는 집에서 카트를 챙겨올 필요가 없었는데 앞으로 이렇게 카트를 따로 챙겨 다녀야 하니 불편해졌다”고 했다.

한편 메가마트는 설 연휴가 끝난 뒤인 오는 28일부터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을 없앨 계획이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자율협약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자율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