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과 괴리 지나친 낙관은 ‘독’
- 말잔치보다 제대로 된 정책 필요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이 누구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부산시청의 아침은 평화와 희망보다는 오거돈 부산시장의 격양된 목소리로 시작됐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미래경제포럼의 이야기다.
‘2020년 부산 경제 2.0% 성장 전망, 올해보다 개선 기대’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강동수 연구부원장과 박순양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시의 실·국장 이상 간부 공무원과 시민 등 170여 명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내년 부산지역 경제 지표 분석 발표와 질의 응답까지 이어지던 포럼은 막판에 마이크를 잡은 오 시장의 한마디로 공기가 달라졌다. 마지막 질의자로 나선 오 시장은 “내년 부산 경제에 분명히 긍정적인 상황과 지표가 있는데 왜 그런 건 말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오 시장은 박 센터장을 콕 찍어 지목하며 “부산 경제를 분석한다는 사람이 왜 서울에서 온 KDI 부원장이랑 똑같은 이야기를 하느냐. 이 자리에 오신 지역 상공계와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은 특히 내년 자동차산업의 부진이 부각된 점을 지적했다. 지역의 광공업 생산지수 기여도에서 자동차산업은 올해 1분기 -3.5%, 2분기 -2.1%, 3분기 -0.4%로 내리막을 탔다. 내년에도 내수 둔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지역의 유일한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섬자동차의 주력 모델 ‘로그’의 수출 부진까지 전망됐다. 오 시장의 ‘일갈’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참석자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총선이 얼마 안 남아서 예민해지셨나”고 속삭이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오 시장은 최근의 경제 성과를 일일이 열거하며 희망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부산이 2017년 인천에 뒤졌다가 지난해 재추월(국제신문 24일 자 3면 보도)했다. 이것도 부산 경제가 뚜렷하게 나아지고 있다는 지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1일 동남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1월 부산시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 수가 169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6000명(0.9%) 증가했고, 고용률은 57.5%로 전년 동월 대비 0.8%포인트 상승한 내용도 소개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발표 내용은 부산의 GRDP가 인천을 재추월했지만 성장 폭의 정체가 뚜렷하다는 내용이었고, 고용지표 역시 다른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부산의 지난달 실업자 수는 5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00명(7.7%) 증가했다. 실업률도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오른 3.1%로 지난 10월 2.9%에 이어 2개월 만에 3%대에 진입하는 등 나빠진 부분도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오 시장의 지적처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때로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기업과 가계 등 대다수 경제 주체가 내년 부산의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는 상황에서 좋게만 본다고 경제가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부산 경제는 ‘심리’보다는 ‘정책’이 필요하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