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선호 분석
- 입출금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
- 투자처 물색 중인 대기자금 많아
연 1%대의 낮은 이자에도 예·적금 통장으로 돈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투자 리스크를 피해 은행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적금 잔액은 706조7868억 원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9월보다 13조8566억 원(2.0%)이 늘었다. 지난 1월 642조7764억 원에 비해서는 64조 원가량 불어났다.
1%대의 낮은 예금금리를 생각하면 저축성 예금의 증가는 이례적이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10월 두 차례나 인하를 단행하며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떨어졌고, 시중은행 예금금리도 꾸준히 내려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1.00~1.50%에 불과하다.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0%대 상품도 출시된 상황이다. 이처럼 낮은 예금금리에도 은행에 돈이 몰리는 것은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금리와 관계없이 안전한 은행 예금에 자금이 몰린다”고 분석했다.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 논란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사태 등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진 가운데 경기 둔화 지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부동산 투자도 쉽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은 잠시 긍정적 기류를 형성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어 증시 투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예금 선호 현상과 함께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도 증가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요구불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65조25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으로, 단기 부동자금으로 분류할 수 있다. 투자처가 생기면 언제든 떠나는 대기자금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증권사의 단기 부동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 역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 6일 기준 MMF 설정액은 120조6497억 원으로 전일 대비 1937억 원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이번 주내 또 한차례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예금액을 더 많이 유치하느라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했지만 이번 주부터는 10월 기준금리 인하분을 전격 반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인하 폭은 기준금리 인하폭(0.25%포인트)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