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기 연천군 신서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 당국이 살처분 사체를 넣을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통을 옮기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으로 발생한 후 정부가 ASF 확산을 막고자 한 달간 살처분한 돼지 수가 총 15만 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ASF 확진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큰 데다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도 계속 발견되는 상황이어서 살처분 돼지 수는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농가 보상금 100% 지급’을 원칙으로 정했으나 살처분 조처에 반대하는 양돈 농가의 반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7일부터 16일까지 한 달간 ASF로 살처분된 돼지가 총 15만4548마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현재 농식품부는 ASF 발생 농가를 비롯해 해당 농장 반경 3㎞ 내에 있는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고 있다. 특히 ASF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경기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에 대해서는 ASF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관내 모든 돼지를 수매 또는 살처분하는 ‘소거 작전’에 들어갔다.

문제는 ASF 사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살처분 돼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ASF 확진 사례는 총 14건이 나왔다. 이날 오전 연천군 신서면에서 접수된 ASF 의심 신고가 양성으로 판정되면 총 15건으로 늘게 된다.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도 이날 오후까지 총 7마리가 발견됐다. 이 중 5마리는 민통선 안에서 발견됐다. 나머지 2마리는 각각 비무장 지대(DMZ) 안쪽에서, 민통선 남쪽에서 발견됐다.

양돈 농가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미 대한한돈협회가 지난 14일 정부의 돼지 살처분 조처에 반발하며 1인 시위에 돌입한 데 이어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 역시 17일 ‘ASF 연천 일괄 살처분 반대 및 야생 멧돼지 특단 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축단협은 “정부가 파주·김포에 이어 연천지역의 모든 돼지를 농가 동의 없이 살처분하고 있다”며 “현재 방역의 중점은 집돼지 살처분이 아닌 야생 멧돼지 관리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과도한 정책으로 살처분 당하는 해당 농장은 재입식 전망조차 어려우며, 폐업에 준하는 피해 감수를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만 현재 보상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ASF 점검 회의에서 “방역 과정에서 양돈 농가가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며 “살처분 보상금은 원칙적으로 시가의 100%를 지급하고, 보상금 평가가 완료되기 이전이라도 (보상금의) 50%를 우선 지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